일터 밝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붓 잡아
주민동의 구하고 담벼락에 풍경화 작업
청년시절 극장간판 그려… 실력 '유명'
근무 쉴때 재능기부 '꾸준한 활동' 다짐
마치 전시회장에 온 것 같은 기분. 한때 주민들은 벽화를 그린 사람이 퇴직한 미술선생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문과는 다르게 길거리 미술관의 주인은 군자동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정연호(72)씨다.
정씨는 단순히 자신의 일터를 밝게 보이게 하기 위해 주민 동의하에 풍경화를 그렸고 그 솜씨가 소문이 나면서 동네 유명 작가가 됐다.
얼마 전에는 시흥시가 발간하는 소식지인 '뷰티플 시흥'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림을 학문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청년시절 극장 간판을 그리면서 그림 그리는 기술을 터득했다. 직업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손그림간판이 사라진 이후 학생 몇명을 가르치거나 미술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지인이 해외 출장 등으로 5~6개월간 자리를 비웠을 때 대신 수업을 맡을 만큼 그의 그림 실력은 주변에서도 알아줬다.
그가 그린 벽화가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정씨는 최근 군자동주민센터에서 추진한 거리환경조성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림 그릴 기회만 주어지면 근무가 없는 날을 이용해 언제든 붓을 들고 벽화를 그리는 것이다.
정씨는 "나는 늘 아마추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가 그린 벽화를 주민들이 지나가며 눈요기하는 정도로만 봐주면 좋겠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멋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앞서는 마음만큼 몸이 따라 줄지는 모르겠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연호씨의 사연을 소개한 시흥시 한 공직자는 "정 어르신이 그린 벽화는 단순한 벽화가 아니다. 벽화를 보는 이들을 따뜻하게 하고, 삭막해지는 도시의 거리를 밝히는 등불"이라며 "정 어르신의 활동이야말로 재능기부며 봉사"라고 감사를 표했다.
시흥/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