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월 19일 용산 재개발 지역 남일당 건물에서 망루를 짓고 권리금 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던 철거민 시위대를 경찰특공대가 진압했다. 소위 용산참사로 불리는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건'이다. 사법부의 재판은 의혹으로 가득하고 청와대는 '홍보지침'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돌리려 했다.
그리고 영화는 이 사건에 대해 질문을 제기해 왔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수의견'(2013)은 법정신에 대해, '공동정범'(2016)은 망루에서 살아돌아온 이들의 만남을 통해 국가폭력의 실체에 다가선다.
그리고 김일란 감독과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2011)은 경찰진술과 증거 동영상을 바탕으로 용산참사의 재판 과정을 재구성한다.
'두 개의 문'은 20일 당일 있었던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 한다. 그러나 단지 사건을 재구성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철거민들의 시위가 폭력적이었는지, 화재는 왜 일어났는지, 경찰은 누가 죽였는지, 하는 것들은 사건의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국가의 태도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향해 다가선다. 설사 철거민들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국가의 태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김일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검투를 하던 노예가 죽었다면 그를 죽인 자는 상대 검투사인가 콜로세움을 지은 로마인인가?', '두 개의 문'은 흔히 말하는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기보다는 올바른 질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진실은 사건의 재구성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