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영토 지켜내기위한 사명감으로 '독도사랑·국토사랑회' 만들어
日 보수여론 자극 위안부 문제에 악영향 등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혹'
영토주권 행사·위안부 문제, 정부 외교 전략이 옳은지 생각해보는 계기
모금 문의 등 응원 목소리도 많아 포기못해… 서두르지 않고 나아갈 것
인기 얻으려고 하냐는 등
곱지않은 시선 이해하지만
실효 지배 우리땅인데
소녀상이든 방파제든
뭐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각양각색의 도의원들 중에서도 그는 가슴이 뜨겁고, 그만큼 끈질긴 것으로 유명하다. 초선 의원이었던 2012년엔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 백지화를 주장하며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79일간, 국회 앞에서 62일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 시위를 했다.
최근에도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고양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를 막기 위해 68일간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엔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는 일에 그의 열정과 인내가 집중됐다. 지난해 5월 독도문화축제가 첫 단추였다. 우리나라 가장 동쪽 끝에 발을 내딛었을 때 그가 느꼈던 건 일종의 '사명감'이었다고 했다.
민 의원은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맏형이고 도의회도 광역의회 중 큰형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소중한 영토를 지켜내기 위해 최대 광역의회인 도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숙제가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동행했던 당시 윤화섭(민·안산5) 의장은 독도 사랑을 실천할 연구단체 구성을 민 의원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독도사랑·국토사랑회가 그해 10월 발족됐다.
그의 가슴을 결정적으로 울린 것은 영화 '귀향'이었다. 스크린을 통해 잠시나마 지켜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상은 마흔여섯인 민 의원을 엉엉 울게 했다. 그리고 그가 독도에서 가져온 숙제의 해답을 찾았다.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 일본의 전쟁 범죄를 소중한 우리 땅 독도에서 또렷이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민 의원은 "독도,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맞닿아있다. 독도는 우리의 영토 주권을 나타내면서도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고,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아픈 역사임과 동시에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매년 '다케시마의 날' 전후로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벌어지고 위안부 문제 합의도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 정부는 미온적이기만 하다. 그렇다면 도의회에서라도 뭔가 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철 없는 정치인, 소신 있는 정치인…"서두르지 않고 나아갈 것"

정부는 "서로 다른 사항인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를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고 도의회가 직접 모금활동을 하는 것은 현행 법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민 의원은 "한국은 물론 일본 언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는 등 관심이 쏟아졌지만 정작 모금 자체는 법적 문제로 사흘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3일 천하'였던 셈"이라고 씁쓸해했다.
독도 소녀상 추진에 마냥 찬사만 쏟아졌던 건 아니다. 일본 보수여론을 자극해 아베 정권을 공고히하는 효과만 낳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는 일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할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를 결합시키는 바람에 한·일 갈등의 중심이 '위안부 피해'에서 '독도 문제'로 옮겨가 논란을 희석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년 뒤에 있을 선거를 의식해 이름 한번 알려보려고 정치인들이 철없는 짓을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난관이 없으리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빨리, 또 많이 부각돼 당혹스러웠다"고 말한 민 의원은 "당장 며칠 내에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짧게는 1년을 잡고 모금 운동을 시작점으로 천천히, 차근차근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려던 것인데 오히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괴롭게 한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독도 소녀상 추진으로 우리가 영토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과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우리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하는지 자성해보고, 과연 지금의 외교 전략으로 어떤 실익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국민들은 답답하거든요.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는 독도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당당한지, 할머니들은 동의한 적 없다는 위안부 합의를 했다는 게 과연 우리 정부인지. 우리의 움직임이 설익었다, 섣불렀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 질문을 우리 스스로 던져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비판 못지 않게 응원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도 민 의원이 독도 소녀상 추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로 모금 활동을 시작한 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모금 계좌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도의회 앞과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는 비용 일체를 기부하겠다는 독지가부터, 독도 소녀상 추진에 반대의사를 밝힌 정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도민까지 많은 이들이 독도 소녀상 추진에 성원을 보냈다. 민 의원은 "얼마 전엔 가평에 사는 한 어르신께 전화를 받았다.
경상북도와 도의회, 정부에 '이렇게 뜻깊은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가로막고 나서냐'고 일일이 항의하셨다면서 '꼭 성사시켜달라'고 당부하셨다"며 "독도사랑·국토사랑회 소속 의원들 모두 선거를 의식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에선 '지역 일도 산적해있는데 애먼데 신경쓴다'면서 곱지 않게 보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응원해주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포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차근차근 해나가다보면 저희들의 진정성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밟아 나가야죠."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한·일 외교 갈등은 이른바 '독도 소녀상' 설치 문제로 다시 불붙었고, 갈등의 중심 역시 소녀상에서 독도로 옮겨붙었다.
한국을 넘어 일본까지 뒤흔든 독도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맨 처음 이를 공식 제안한 경기도의회 연구단체 독도사랑·국토사랑회 민경선(민·고양3) 회장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그는 도의회 제315회 정례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도의회 앞과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한달 뒤 모금 활동을 본격화했다.
응원도 쏟아졌지만 비판도 그만큼 거셌다. '소신 있는 정치인'과 '이름 한번 알려보려는 철 없는 정치인'이라는 평가 사이에 서있는 민경선 의원을 설 연휴를 코앞에 둔 1월 25일 도의회에서 만났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민경선 도의원은?
-1971년생. 전북 정읍 출생
-서강대 금융경제학 석사
-2000~2003년 동대문신문사 편집국장
-2006~2008년 최성 국회의원 보좌관
-2008~2010년 (사) 한반도평화경제연구원 사무국장/책임연구원
-2010년 6월~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