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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흥정이 순조롭지 않다. 초조한 듯 의자 팔걸이에 손가락을 튕기다가 콜라를 들이킨다. 그는 언제나 이맛이 그리웠다.

자본주의 콜라의 맛. 공화국을 위해 충성했지만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고, 공화국이라는 정치체제와 권력구조의 부조리를 인식하지만 개선의 여지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배신뿐이었는지 모른다.

'마이 리틀 히어로'를 통해 다문화 시대의 인간적 교감을 담아냈던 김성훈 감독의 '공조'는 훈훈하다. 남한과 북한의 형사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협력한다는 설정은 한반도의 특수한 정치적 환경이라는 태생적 난점을 형사 버디 장르로 흡수한다.

그간 분단 소재의 영화들은 정치·군사적 적대성과 민족적 당위성 사이의 긴장감으로 인해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지나치게 가벼웠다. 그 속에서 웃음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남남북녀'(2003)처럼 가벼운 로멘틱 코미디에 기대거나 '웰컴 투 동막골'(2005)처럼 판타지로 치환하는 것이 최선처럼 보였다. 그런 면에서 서로 적대적이던 두 인물이 수사 과정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인간적 신뢰를 회복하는 형사 버디 장르의 차용은 신선하다.

물론 어설픈 인물설정과 허술한 구성이 오래간만의 신선함을 반감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은 밋밋하고, 남한 형사 강진태는 유해진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별 특징이 없는 인물이다. 무리한 상황전개나 억지스러운 결말도 흠이다. 그런 가운데 차기성(김주혁)이라는 캐릭터는 독특하다.

생존을 위해 버둥거리거나 공화국에 충성하는 소극적 캐릭터가 아니라 배신과 국제범죄를 통해 과감히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북한 사람의 캐릭터로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태풍'(2005)의 씬(장동건)이 유사하지만 그는 욕망보다는 원한과 복수심에 가득 찬 인물이었다. 빠르기보다는 묵직하고 화려하기보다는 명료한 액션 또한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공조'에는 처절한 탈출이나 결의에 찬 충성, 비장한 복수나 날카로운 비판 같은 것은 없다. 임철령의 복수는 장르적 클리셰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소 엉성해 보이는 이 영화가 어쩌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일반적 인식을 더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