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통해 중국의 확장적 아시아 정책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일본의 고조된 안보 위기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 동맹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를 포함해 많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고 말해, 일본이 미국에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도 일본의 관할권을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한국은 물론 일본을 향해 '안보 무임 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불발하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위협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로, 동맹 균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며 아베 총리의 왼손을 두 손으로 감쌌으며, 사진 촬영을 끝나자 기자들에게 "고맙습니다, 여러분. 강한 손입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정상회담 직후 아베 총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고급휴양지 '마라라고'로 이동해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도 동맹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국 견제'로 요약되는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정책에 있어 일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해, 대일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뜻을 시사했다.
일본이 역점을 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미·일 양자 무역협정 체결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양자 무역협정 추진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무역 체제보다는 양자 무역이 미국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앞으로 '미국인 일자리 킬러'라고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과 더불어 아·태 지역 TPP 회원국들을 향해 양자 무역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라면 동맹을 가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를 거론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일본을 향해서도 '환율조작'에 강한 경고음을 냈다.
그는 지난달 31일 미 제약회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 환율 조작극 지정을 누차 밝혔던 중국 못지않게 일본의 환율조작도 심각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앞으로 아시아의 무역국들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먼저 칼날을 겨눌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만만한' 주변국부터 건드리는 전략을 택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시각이 워낙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가 계속된 '중국 때리기'를 멈췄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취임 20일만인 이뤄진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전화통화에 대해 "매우 훈훈했다"며 "장시간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의 발언을 뒤집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고 말해, 냉랭했던 미·중 관계가 개선될 여지를 열어뒀다.
시 주석의 취임 축전에 답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서한을 보내 양국 간 건설적 관계를 희망했다.
그는 서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로운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시 주석과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율조작, 무역 역조,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두고 중국을 가혹하게 비판하고, 의도적으로 홀대하던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개국(G2) 중국의 현실적 위상을 인정하고 앞으로 중국과도 실리외교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