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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를 활용해 청소년 교육기획을 하고 있는 하석호씨.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기계 관련 1년 열공 '청소년 교육기획' 접목
문창과 후배·토목 전공 친구와 즐거운 도전
"로봇대회 열고 테마파크 제작… 이제 시작"


"돈 벌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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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문예창작과를 전공한 청년이 어떻게 '3D 프린터'를 다루게 되었는지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아직까지는 3D 프린터로 많이 벌기 힘들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재미있잖아요. 재미있게 돈 벌 수 있으니까 하는거죠."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번 지켜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3D 프린터를 작동시켰다. 검은 기계가 '지잉'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움직였는데 조금 지나자 줄이 하나 생겼다.

하석호(27) 씨가 토목공학과를 전공한 유석현(27) 씨, 문예창작과 후배인 이은주(23) 씨와 함께 운영하는 '투스텝스'는 3D 프린터로 물건을 생산하는 곳은 아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청소년 교육기획을 하고 있다. 3D 프린터와 청소년 교육이라니 조합이 아직은 생소하다.

하 씨는 3D프린터의 상용화가 목표라고 말했다. "4차 산업이 화두잖아요. 3D 프린터는 4차산업의 핵심인데, 뭐든지 다 만들 수 있어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3D프린터 기술이 세계를 지배할 텐데,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3D프린터와 익숙해져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법도 개발했다. 학생들 스스로 보드게임을 설계하고 게임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구상하면 투스텝스는 이를 3D프린터로 실현 시켜준다. 머릿속에만 있던 그림들이 세상 밖에 튀어나왔을 때 아이들은 환호하고 관심을 가진다.

그래도 문과 출신이 첨단기술산업에 접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저는 기계 잘 못 만졌어요.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았을 뿐이었는데, 석현이가 미래산업과 관련된 뭔가를 하고 싶어 했죠. 그럼 VR, 3D프린터, 무인자동차 중에 한가지 하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3D프린터로 결정했죠."

'어려워봤자 기계지'라는 생각으로 1년간 죽어라 공부했다. 청소년 문화·교육기획을 비롯해 창업 관련 수업도 듣고 캐드(CAD)회사에 들어가 디자인 작업도 배웠다. 어이없게(?) 직업을 결정했지만 용감하게 덤벼들었다.

"아직 3D프린터의 진입 장벽이 높지만, 직접 부품을 사다가 3D 프린터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일반 프린터처럼 가정마다 3D 프린터를 두고 사용하는 때가 금방 올 겁니다. 그 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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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행할 계획도 탄탄하다. 청소년들이 3D 프린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로 전시도 기획할 생각이다. 3D프린터로 제작한 로봇으로 대회도 열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꿈도 있다. "3D 프린터로 테마파크를 만들거예요. 올해 먼저 대형 3D프린터를 제작해 볼 생각이에요. 대형 조각작품을 만들 계획이거든요. 이제 시작이죠."

인터뷰를 하는 내내 요란하게 작동하던 3D프린터가 멈췄다. 완성된 물건을 보니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병따개였다. 웃음이 났다. 언젠가 영화 '찰리의 초콜릿공장'처럼 '투스텝스의 3D 테마파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