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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영화평론가
익산의 한 도로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2000년 8월의 일이다. 일명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의 목격자였던 한 소년은 피의자가 되어 10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강압에 의한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이 사건을 방영했다. 무려 십 년도 더 지난 후였다. 그리고 지금 동일 사건을 극화한 영화 '재심'이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재판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한다면, 재심은 '다시' 면밀히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질문하기이다.

재판에서의 질문은 법조항을 기준으로 한다. 죄가 있는가, 없는가? 죄가 있다면, 혹은 없다면 왜 그러하고 양형은 어떤 법조문을 근거로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다시 들여다보기에서 방점은 '다시'에 찍힌다. 기왕의 들여다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마땅히 반영되어야 할 어떤 진실이 배제되었거나, 은폐되어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 그럴 것이다. 경찰의 구타와 강압을 못 이겨 한 자백이 소년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6년 1월 재심에서 장성한 소년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나간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는 분명 법정 안에서의 진실에 대한 질문이었다.

'재심'은 영화의 다시 들여다보기가 어떤 진실을 향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법정 스릴러의 치밀하고 치열한 공방전이나 통쾌한 승리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잡아내면서 질문을 법정 밖으로 끌고 나온다. 그 끔찍한 기억과 표정 속에서 타락한 권력에 대해 묻게 만든다. 2000년과 2017년은 이 지점에서 만난다.

그리고 이 질문을 통해 '다시'라는 말이 아직, 혹은 여전히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태윤 감독의 전작은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이었다. 자본은 여전히 탐욕스럽고, 권력은 여전히 타락했다. 그것이 법정뿐만 아니라 언론과 영화의 다시 들여다보기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