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마라톤 결승주로에 박승환(49·화성시)·김혜숙(45·여)씨 부부가 딸 현아(20)씨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나타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불편한 다리로 살아온 현아씨. 매년 마라톤에 나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죄송스럽고 가슴 아팠던 그였지만 이날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왔다. 비록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한발자국도 내딛지는 못하지만 내년 대회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뛸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아니라 지난 3월 현아씨는 다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얼마 안있으면 자신의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아씨는 “혼자 뛰는 것도 힘드실텐데 제 휠체어를 밀며 달리시던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올해는 휠체어 신세지만 내년엔 직접 부모님과 손을 잡고 내 두다리로 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뜁니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씨 부부 역시 다리가 불편했던 딸이 이제 함께 마라톤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 설레긴 마찬가지다.
박씨는 “매년 부인과 둘이서 부부마라톤만 참가했었는데 이젠 하나밖에 없는 딸과 함께 가족 마라톤을 뛸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돌려 눈가를 훔쳤다.
박씨는 “딸아이 휠체어를 밀며 달려보니 인도와 차도 곳곳에 장벽이 많았다”며 “이번 마라톤을 통해 배리어 프리(장애인에 대한 물리적 장벽 제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