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Hunter-943
/한울소리 제공

신미양요 다룬 소설 '총의울음' 원작
'인천이야기' 알리려 지역단체 제작
민중가요풍 선율·퍼포먼스 볼거리


"아 슬피운다 강화여. 기억하리 슬픔이여 잊지 못할 총의 울음. 아 그 아픔이여~"(뮤지컬 타이거 헌터, '피의 울음' 가운데)

지난 10~12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 퍼포먼스 뮤지컬, 타이거 헌터'는 '지역의 이야기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이 공연은 1871년 인천 강화도 앞바다에서 신식 무기와 군함을 앞세워 개항을 요구하며 들이닥친 미국과 조선이 충돌한 신미양요를 다뤘다. 손상익 작가의 소설 '총의 울음'이 원작이다.

결과적으로 대패했지만 당시 강화도에 상륙하려는 미국 군대에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맞서 싸운 조선의 '범포수(호랑이 사냥꾼)'가 있었고, 그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 이번 공연의 메시지였다.

강화 상륙에는 성공한 미군이었지만 조선 민초와 범포수의 기개까지 꺾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은 강화도를 철수했다.

이 공연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 공연단체인 '한울소리'가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한 '지역브랜드 상설공연'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지원금을 받아 제작됐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박창규 한울소리 대표는 "인천에 이런 숨겨진 얘기들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연에는 10명의 배우와 4명의 앙상블이 출연했고 우리나라 '민중가요'를 연상케 하는 선율 12곡의 노래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

무대는 사전 제작된 영상으로 대체됐고 장면 사이사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무용 퍼포먼스가 삽입됐다. '인천의 이야기를 기억하자'는 분명한 주제 아래 연극과 합창, 무용, 영상이 '갈라쇼'처럼 펼쳐졌다.

최근 인천시는 외국 관광객에게 지역을 알리는 대표 콘텐츠로 지역과 연관이 불분명한 '넌 버벌 퍼포먼스'를 도입해 해마다 3년 동안 3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참패했다.

지역 주민들 조차 외면하는 공연 콘텐츠를 관광객에게 볼거리라고 내세우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명분과 실리 모두 얻지 못했다.

'볼만한 공연 콘텐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인천시였지만, 볼만한 공연 콘텐츠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는 1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됐다. 3년 동안 인천의 이야기를 담은 30개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단 얘기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