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40100099360004782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부조직개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각료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타워를 '도청'했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결국 제시하지 못하고 완전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열흘 전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wiretapping) 주장이 사전적 의미의 '전화 도청'을 뜻한다기보다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사찰행위를 지적한 것이라며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트위터에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고 적은 뒤 일어난 파문은 이로써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 사안에 대한 조사에 나선 하원 정보위원회가 이날까지 법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대한 증거제시를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별다른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원 정보위원회가 법무부에 이날을 증거제시 마감시한으로 정했으며 정보기관들에도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기록의 확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어떤 증거를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까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한 데다가,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날 방송에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결국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콘웨이 고문은 다만 전날 뉴저지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자레인지도 카메라로 변할 수 있다. 전화와 TV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누군가를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는 일반론을 밝힌 것이라며 물러섰다.

이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 소속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전날 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위원회뿐 아니라 미국인에게 도청 주장의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며 "만약 증거가 없다면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역시 공화당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최근 증거를 보았느냐는 CBS의 질문에 "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하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아담 쉬프(캘리포니아) 의원은 방송에서 "증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 의혹을 제기하자 대변인을 통해 "거짓말"이라며 전면 부인한 바 있으며,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을 의심스러워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wiretaps)이라는 단어를 광범위하게 사찰이나 다른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했다"며 사전적 의미로 '도청'을 언급한 게 아니었다고 물러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했다'고 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개입을 비난한 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를 광범위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2006년 대선에서 발생했던 사찰이나 다른 활동들에 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행위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대선 당시 불법사찰 등이 진행됐다는 주장은 고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