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늦은 나이에 '국가안보국'이라는 정부기관에 취업하지만 인터넷 서핑이나 댓글을 다는 게 일이다. 성미가 불 같아 입만 열면 욕이 튀어나오는 여자도 있다. 그녀는 수사능력이 탁월한 경찰이지만 걸쭉한 육두문자가 아우라처럼 그녀를 둘러싼다. 이 두 여성이 범죄조직의 소탕을 위해 힘을 합친다.
김덕수 감독의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정부의 무능,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회문제를 웃음의 소재로 삼아 세태를 풍자한다. 어쩌면 이 시대에 걸맞은 코미디 영화인지 모른다. 충무로에서 흔치 않은 여성 투톱 영화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첩보물로서의 긴장감은 떨어지고 에피소드 간의 관계도 긴밀하지 못하다. 이야기는 산만하고 로맨스는 거칠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특수요원'이라는 정직한 제목에서 보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은 정형화 된 인물 설정과 웃음에 대한 강박 탓에 마치 맥거핀처럼 느껴진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어떤 요소에 불과해 보인다. 코미디이든 정극이든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시선의 깊이를 잃어버린 채 단순히 하나의 효과로만 간주할 때 영화는 아무것도 담지 못하게 된다. 그 무의미성이 반복되면 관객은 피곤하고 지친다. 비정규직이라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야기의 재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표피적으로 사용되고 소비될 때 그것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희석되고 풍자는 퇴색한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주는 웃음이 공허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dups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