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과 공동 프로그램 추진
추천도서 스탬프 찍기 아이디어 기발
해외자매도시 그림책 보급사업 진행
이달 초 어느 일요일, 고양어린이박물관 직원이 화정도서관과의 프로그램 공동개발을 제안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조만간 미팅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바로 만나자"는 전화가 되걸려왔다. 공휴일 밤늦게까지 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역 어린이들의 꿈과 미래를 의논했다.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문화예술을 접목, 신개념 도서관행정을 창출하고 있는 장은옥(46) 고양시 화정도서관장의 일화다.
지난달까지 1년간 그가 신원도서관장을 맡은 시기, 문화시설이 부족한 원신동 어린이들은 도서관에 책만 읽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음식냄새 풍기던 지하식당은 지역 미술인들의 회화작품 갤러리로 탈바꿈했고, 로비에서는 음악회가 열려 행복의 선율을 퍼뜨렸다.
수채화 강좌와 원어민 영어교실 등도 새로 시작됐다.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신원도서관은 학교와 아파트의 중간에서 아이들의 친밀한 통학로가 됐다.
고양어린이박물관과 함께 기획 중인 프로그램도 기발하다. 박물관 콘텐츠별 추천도서 100권을 선정해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주고, 스탬프가 많을수록 박물관 입장료 할인 폭을 늘려 '2차 독서'(박물관 체험)를 유도할 계획이다.
장 관장은 국제협력팀에서만 4년여를 근무한 일본통이다. 일본어가 유창한 그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와의 자매결연 업무를 맡아 숱하게 동해를 건너다녔고, 이때 익힌 국제감각을 도서관 행정에 발휘하고 있다. 전 세계 한인사회와 그림책을 주고받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및 자매도시 등과 연계해 지구촌 곳곳의 그림책을 고양시 어린이들에게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 관장은 "아이들이 외국어를 이해할 순 없을지언정 그림에 담긴 다양한 인종과 풍습을 일찍이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외국어가 영어만 있는 게 아니라는걸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고양/김재영·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