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을 쓰는 방법은 거꾸로 쓰는 것이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해결 방법과 트릭 등을 고안한 다음, 작품을 순서대로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탐정들은 어떤 방법을 쓰는가. 바로 가정적 추론(hypothetical inference), 이른바 가추법(abduction)이다.
가추법은 무엇인가. 추론의 과정을 삼단논법(syllogism)으로 압축하여 설명하는 형식논리학에 따르면, 그 절차는 법칙 · 사례 · 결과의 조합에 따라 연역법 · 귀납법 · 가추법으로 나뉜다.
연역법은 법칙(대전제)과 사례(소전제)를 통해 결과(결론)를, 귀납법은 사례(소전제)와 결과(결론)를 토대로 법칙(대전제)을 찾아내는 반면, 가추법은 법칙(대전제)과 결과(결론)를 이용하여 사례(소전제)를 만들어낸다.
사례는 얼마든지 가정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기호학 등 극소수의 분야를 빼고 치밀한 논증을 요구하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탐정소설의 주인공들 가운데서 가추법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인물은 단연 셜록 홈즈다. 그는 고도의 추론과 가정을 통해 매번 자신의 조수이자 친구인 왓슨과 의뢰인들을 놀라게 한다. 그에 비해 조르주 시므농(1903~1989)의 주인공 메그레 경감은 가정이 아닌 인물들의 심리변화를 꿰뚫는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현대적 탐정이다.
한국 추리소설에서 가추법을 활용한 사례로 김내성의 '타원형의 거울'(1935)을 들 수 있다. 소설가 모현철 부부와 두 명의 하녀 그리고 젊은 신진 시인 유시영이 하숙하고 있는 밀폐된 2층집에서 소설가 모현철의 아내(김나미)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범인은 누구인가. 피해자가 타살된 것이 분명하기에 범인은 둘 중 하나다.
외부의 침입자이거나 내부인물 4명중 1명이다. 주인공 유시영은 가능성 없는 전제(가정)들을 하나씩 소거하여 범인이 남편 모현철이며, 아울러 이를 현상응모 문제로 출제한 잡지의 편집자 백상몽이 자살로 위장된 모현철임을 밝혀낸다.
구체적인 사례(명제)들을 모아 일반법칙으로 나가는 귀납법과 큰 법칙에서 구체적인 명제(판단)로 이행해나가는 연역법이 주어진 정보와 명제를 활용하는 추론의 방법이라면, 가추법은 현상과 법칙을 토대로 창의적 가설을 설정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사유방법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