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립 무료개방때 논란 재연
입장객 늘었지만 사립시설은 줄어
정부, 인력등 지원확대 '피해 보조'
지자체·관련기관 윈윈방안 고민을

지난 2008년 정부가 국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입장을 결정하면서 제기됐던 논란이 무대를 경기도로 옮겨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2008년 국립박물관·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하고 2014년 '문화가 있는 날'을 도입해 박물관·미술관의 전시 무료·할인 혜택의 폭을 넓혀왔던 정부는 "해당 정책들이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여러모로 기여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같은 정책이 확대 실시될 때마다 전시업계에선 "'문화가 공짜'라는 인식만 확산시킨다"고 반발해 왔다.

매달 첫째주·셋째주 주말에 도 산하 박물관·미술관을 무료 개방하겠다는 도의회의 조례 개정안 역시 도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취지를 두고 있지만 같은 비판에 직면해있다.

■'문화향유 기회 확대' vs '공짜 인식 확산'

=정부는 2008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립박물관·미술관 14곳의 관람료를 무료로 하기로 결정했다. 6개월 뒤인 그해 11월 문광부는 "무료관람 정책실시 후 관람객이 전년 동기대비 26% 증가하는 성과가 있었고 관람객 설문조사 등에서도 문화향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에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이날에는 영화나 공연·전시를 무료 제공·할인하도록 했다. 문광부에 따르면 '문화가 있는 날' 도입으로 문화향유 등에서 수혜를 보는 인원은 2014년 179만여명에서 2016년 508만여명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반발도 거셌다. 2008년 당시 사립박물관·미술관은 "이용객이 국립기관으로 몰리고 사립기관 또한 관람료를 폐지하라는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항의했다. 30일 만난 도내 사립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은 당시 제기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도내 한 사립박물관 관장은 "지금도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하고 온 관람객들이 '국립이 공짜로 보게 해주는데 여기는 왜 공짜가 안되냐'며 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경기도박물관협회 김윤래 사무국장은 "공립은 물론 사립박물관들도 입장료를 올리지 못한 게 수년째"라고 토로했다.

무료개방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문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한 사립박물관 관계자는 "입장료 무료정책은 관람객의 수준 저하를 초래하는 비극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공·사립 박물관·미술관의 공존은 가능할까


=국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 개방으로 사립박물관·미술관의 '생존'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는 사립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문광부는 사립박물관·미술관 내에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인력과 학예사 운용비용을 지난해 기준 전국 사립박물관·미술관 220곳에 지원하는 한편 사립기관이 꿈다락문화학교, 인문학 수업, 플랫폼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국·도비를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도의회에서 도립박물관·미술관 무료개방 정책을 도입하려면 그에 따른 대책 역시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성임 경기도박물관협회장은 "도의회가 대책도 없이 도립박물관·미술관 무료개방을 시도하는 것은 철 지난 포퓰리즘"이라며 "정부의 사립박물관·미술관 지원책과도 역행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광부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날' 등의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확대하려고 한다면 많은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며 "지자체, 사립기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면서도 공·사립 박물관이 함께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공지영·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