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인천의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작품과 어김없이 만났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여온 지역극단 떼아뜨르 다락이 인천이 낳은 극작가 함세덕의 연극을 꾸준히 올리겠다는 약속을 3년째 지킨 것이다.
떼아뜨르 다락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인천 중구 신포동에 있는 다락소극장에서 함세덕의 연극 '닭과 아이들'을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함세덕의 여러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읍에서 멀리 떨어진 산촌' 마을에서 닭을 키우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뿐이'와 오빠 '석이' 그리고 '아버지'와 이웃집 소녀 '옥례', 닭 장사 '덕진', 이웃인 '느티나뭇집 할머니' 등 6명이 등장했다.
극단 다락은 이 작품을 1·2차로 나눠 그려 보이기로 했다. 이번 1차 공연의 목표는 '원작 그대로' 대본을 펼치듯 풀어내는 것이 목표였고, 다음 공연에서는 각 인물이 처한 현실과 바람을 더 세밀히 극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목표 대로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 그려내는데 충실했다. 무대 조명이 밝아지고 이뿐이가 무대에 설치된 함세덕의 희곡집을 펼치자 일제시대인 1930년 인천 한 산골마을 아이들의 어떤 하루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 속 닭은 아이들에게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쁜이네 가족에게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달걀을 선물하지만, 때로는 이웃집 할머니네 밭을 망쳐놓아 이뿐이를 곤란에 빠뜨렸다.
닭 장사인 덕진이에게도 유일한 생계수단이지만 무거운 닭장과 매번 닭 값을 가로채는 술 주정꾼 아버지는 부담이다.
이뿐이는 자신을 돌봐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피해 축항(인천항)으로 떠나려고 결심한 덕진이의 마지막 남은 닭을 사들이는데, 덕진을 응원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극의 마지막은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떠나는 덕진이를 모든 등장인물이 배웅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어린 덕진의 가출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지역 연극계의 불황과 침체속에서도 극단 다락은 2015년 '해연', 2016년 '무의도기행'에 이어 이번 '닭과 아이들'까지 벌써 3번째 함세덕의 작품을 무대화하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이야기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자 하는 그들의 도전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