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101000735700035811
장애인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는 이준(26)씨.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

'뇌병변 1급 장애' 딛고 한신대학교 1호 신입생 입학
엘리베이터 등 수업 필수 인프라 확충 건의
야학서 검정고시 합격 돕기도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어요. 이 땅에 사는 장애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고 싶습니다." 평택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는 이준(26)씨는 뇌병변 1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11년 한신대학교에 입학했다.

뇌병변 장애인이 입학한 전례가 없던 때, 이씨는 특수학교 동창 한 명과 함께 한신대 '뇌병변 장애인 1호·2호 신입생'이 됐다.

이씨에게는 학교를 다닌다는 자체가 인생과 우리 사회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는 "오리엔테이션은 2월 말인데, 3월 초에야 활동보조인을 뽑는 공고를 냈을 정도로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누구도 우리의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었다"며 "입학 초기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어 학우들이 등에 업어서 강의실로 데려다 주거나 장애인화장실을 찾아 먼 건물까지 가야 했다"고 했다.

이때부터 이씨는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 설치, 강의실을 변경할 권리를 건의하는 등 교내 장애인학생 인프라 확충에 힘썼다. 이후 한신대는 2개 건물을 제외하고 교정 전체에 장애인 수업환경을 갖췄다.

이씨가 장애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일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2013년 철도파업 당시 서울 서대문 경향신문사옥 앞 집회현장을 견학하러 갔다가 일부 행인들로부터 장애인 차별적인 폭언을 들은 것이다. 행인들은 이씨의 모습만 보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집회에 동원됐다"고 욕설을 했다.

이씨는 "국민의 일원으로 집회에 참여한 건데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행인들이 내지른 폭언에 당시 크게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처우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후 1년간 휴학하고 수원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야학 강의에 나섰다. 뇌병변 장애인 검정고시반을 맡아 4명의 중학과정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으로 더 어려운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올해 초 한신대를 졸업하고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자조모임'이란 모임을 꾸린 이씨는 "뇌병변 장애인들은 보행로의 작은 턱도 낭떠러지만큼 높고, 카페에 가고 싶어도 점원들이 주문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도록 서로 힘을 합치는 모임으로 이끌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강보한기자 kb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