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이자 엄마의 변화 가족들 혼란
고령화 사회 우리집 이야기 공감대
가천대 길병원 제작지원·의학자문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동숭동 예그린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아내이자 엄마로 40년 넘게 살아온 한 여성이 치매증상을 보이면서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변화를 그려낸다.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점은 연극을 감상하던 200여명의 관객이 연극 내내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냈다는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 찾아온 변화를 다룬 이야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물로, 어깨를 들썩이는 흐느낌으로 공감한 이유는 뭐였을까?
그것은 이순재와 정영숙 등 설명이 필요없는 두 배우의 연기력이 가진 호소력 때문이기도 했고, 또 너무나 고요하고 평범한 가정에 갑자기 불어 닥친 당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움 때문이기도 했다.
그 당혹스러움은 이미 내가 겪었거나, 아니면 지금 겪고 있거나, 내가 곧 겪게될 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남의 집'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집'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미 오래전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사회에서 이 이야기는 절대로 남의 이야기일 수 없었다.
연극 무대가 펼쳐지는 무대 공간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이다. 이 집에는 교단을 떠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하루를 보내는 남편(이순재)과, 감정표현에 인색한 남편과 자녀들과의 소통에 힘겨워 하며 우여곡절 끝에 자녀를 출가시킨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정영숙)이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화분에 물을 준 것을 금세 잊어버리고 또 물을 주려 하고, 남편이 장어탕을 사왔다며 밥을 하지 않아도 좋다며 기뻐한 것도 잊은 채 또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변화가 나타난다. 병은 점점 심해져 자녀를 몰라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고 놀라는 지경에 이른다.
이 변화를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환자 가족들이다. 아들은 혼자 엄마의 간호를 도맡은 아버지를 향해 어머니를 방치하지 말고 요양원에 보내드리라고 질책하지만, 아버지는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야말로 환자를 방치하는 '고려장'이나 다름없다고 맞서며 또 갈등이 빚어진다.
이 모습을 지켜본 관객들이 평범한 일상에 평범하지 않은 일이 생기고 나면 주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또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으리라는 것은 자명해 보였다.
특히, 이 작품은 뇌 질환에 큰 관심을 가져온 가천대 길병원이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극 전반에 걸쳐 의학자문을 해 극의 리얼리티를 높였는데, 이러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