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시야 확 트인 요충지 덕양산 정상 둘러싼 진지 구축 삼국시대 추정 석성 발견 주목 철제무기 치열했던 역사 증거
예쁘게 난 오솔길 같기도 하다. 길을 따라 걸으면 주변의 경관이 시원스레 한 눈에 들어온다. 녹음이 내리기 시작한 행주산성은 임진왜란과는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얼마 전 행주산성은 둔덕 같은 토성 아래 오래 숨겨두었던 것을 살짝 드러내 보였다. 황토 흙 아래 석성이 있었다.
그동안 토성으로 알려졌던 행주산성에서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석성의 흔적이 발견됐다. 사람들은 맨 손으로 이 성을 쌓아 올렸을 테니 성은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이기도 하다.
행주산성은 덕양산 정상을 둘러싸고 진지를 구축했다. 산세가 험하지도, 고도가 높지도 않은 이 곳에 성을 쌓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늘 위에서 바라보니 이 곳 지형의 비밀이 한 눈에 들어온다.
행주산성은 절대 뺏길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 였다. 덕양산을 둘러싸고 드넓게 펼쳐진 평야는 시야 확보에 유리했을 것이다. 동서남북 사방을 경계하며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가 돼 있었을 테다.
석성과 함께 발견된 철제 무기들도 치열했던 수 천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행주산성은 저 강 건너, 수도를 지키기 위한 최전방 방어선이 됐다.
긴 세월 속에 묻혔던 역사의 비밀이 이제 막 풀리기 시작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치마폭에 돌을 나르던 아낙네들의 눈물, 그 너머에 존재했던 누군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