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의 기쁨
지난 3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정태욱이 선취골을 기록했지만 다음 경기인 잠비아전에선 공중볼을 다투다 부상을 당했다. /연합뉴스

친선대회 골맛 보고 경기중 실신
이상민 응급처치 덕에 의식 회복
6주진단 받고 최종명단까지 올라
투지와 스피드… 수비 본분 '충실'


"뛸 기회가 주어졌으니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정태욱(아주대)이 2017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는 정태욱은 "뛸 기회가 주어졌으니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태욱은 지난 3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컵 U-20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전에서 후반 35분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쓰러져 의식 불명이 됐지만 동료 이상민의 재빠른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경추 미세골절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은 정태욱은 최종 명단 확정까지 1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정태욱은 투지, 투쟁심이 넘치는 플레이를 한다.

그날 사건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는 "위축되진 않지만 공중볼 다툼을 할 때마다 '이때 내가 쓰러졌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 해도 똑같이 할 것이다"고 말해 부상에 두려움 따윈 없어 보였다.

정태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U-20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하지만 몸이 좋아지면서 가능성이 생기니까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태욱은 "내가 쓰러진 뒤 동료들이 응원을 보내줘 팀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정태욱은 "최종 명단에 들었을때 '아팠으니깐 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들도 감회가 새롭겠지만 저는 그런 여러가지 상황을 겪었기에 더 남다르다"고 밝혔다.

신장 195㎝ 몸무게 85㎏의 정태욱은 좋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중앙 수비수다.

정태욱은 수비수지만 득점 능력도 뛰어나다.

지난해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태국을 상대로 선취골을 넣어 3-1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 3월 열린 4개국 축구대회 온두라스전에서도 이승우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골을 성공시켰다.

정태욱은 대표팀에서 16경기를 출전해 6골을 기록하고 있다. 웬만한 공격수 만큼 공격능력이 갖춰진 정태욱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으로 변신해 신태용호의 보이지 않는 확실한 공격카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수비수기 때문에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에 기회가 될때 득점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비도 공격만큼 강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고 전했다.

정태욱은 "뛸 기회가 주어진 만큼 더 보여주고 싶다. 그 동안 실점이 많았다. 우승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모두가 잘 해서 꿈을 이루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런 다부진 각오를 밝히는 정태욱에 대한 신태용 감독의 신뢰도 남다르다.

신 감독은 "내가 안고 가야할 선수"라고 표현한 후 "8강을 통과하고 나면 동기부여가 돼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파주/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