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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을 맞아 화성 궁평항 일원에서 열린 제18회 화성효마라톤대회에 17년 연속 참가한 이영권씨가 질주하고 있다./취재반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도 보고 싶지만 동료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 좋아요."

제18회 화성효마라톤대회에는 향남읍 소재 동광판넬 공장 외국인노동자 6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필리핀 국적의 이들은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였다.

2년 전 한국에 온 케니스씨는 "다음 달이 안식월이어서 아내와 아들 둘이 있는 필리핀으로 돌아간다"며 "사장님 배려로 이날부터 사흘간 쉬는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의 설렘을 마라톤으로 달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달리기를 즐기는데, 기록을 세우려고 애쓰기 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완주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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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을 맞아 화성 궁평항 일원에서 열린 제18회 화성효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노동자(필리핀)들이 출발하기 전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취재반

케니스씨 일행이 출발선을 떠난 이후, 휠체어를 타고 참가한 이영권(63)씨가 두 다리로 내달리는 참가자들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해 박수를 받았다.

23년 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씨는 지난 2003년 수원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7년 연속 화성효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최장수 달림이'다.

이씨는 이날 32분20초대의 준수한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휠체어 바퀴를 돌리느라 검댕이 묻은 손바닥을 들어보이며 만족스러워 했다.

이씨는 "비장애인들과 레이스를 펼치면서 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가만히 있으면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모래밭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