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부평점 광장서 할머니들 모셔
가위손 80여명 휴일 반납 '실력 발휘'
"미용실서 먼저 연락 고마워" 훈훈
"어르신들 예쁘게 머리하고 기분 내셔요!"
10일 오전 10시 인천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 광장. 평소 백화점 기획상품을 판매하는 야외 '이벤트 매장'으로 손님을 맞았을 광장이 이날은 '파마복'을 입고 '헤어캡'을 쓴 할머니 100여명으로 붐볐다.
어버이날을 맞아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로 '파마'와 '염색' '커트'를 해주는 '가정의 달 효(孝)나눔잔치'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것인데, 벌써 24년째라고 한다.
1년에 한 번 공짜 파마머리를 할 수 있는 이날을 손꼽아온 어르신들은 이른 아침부터 광장을 찾아 번호표를 받아들고 순서를 기다렸다고 했다.
차례가 오기까지 1시간 30분을 참았다는 박정애(77) 할머니는 거울 앞에 앉아 "예쁘게 말아달라"며 고정현헤어 이은정(43) 원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이곳에서 한 파마가 너무 맘에 들어 올해는 또 언제 열리나 기다려왔다"며 "마침 미용실에서 먼저 연락을 해와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에 10개 매장이 있는 '고정현헤어'와 롯데백화점 부평점이 함께 마련했다.
고정현헤어 소속 미용사 80여명은 각자 쉬는 날도 반납하고 가위를 잡았고, 롯데백화점 부평점에서는 천막과 의자,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다.
고정현헤어 인턴사원 박가은(21)씨는 "쉬는 날, 늦잠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올해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며 "파마하고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부평점은 이 행사 취지에 반해 2천여만 원의 매출을 포기하면서까지 광장을 내어주며 행사에 수년째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한지연(46) 롯데백화점 부평점장은 "전국 여러 매장에서 일해 봤지만, 이 행사처럼 지역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보지 못했다"며 "백화점 고객인 주민들과 함께 나눌 것이 없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고정현 고헤어대표는 "우리 미용실이 지역 주민에게 사랑을 받고 또 자랑하고 싶어하는 동네 미용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