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47일 항전 부침 견뎌
삼국시대 쌓은 주장성 토대 추정
해발 500m 성곽 12㎞ 달해
3 남한산성
역사의 굴곡 한 번 온몸으로 견뎌내지 않은 성곽이 있을까. 5월의 푸른 신록을 감싸안은 남한산성(南漢山城)을 보면, 그 어느 성곽보다 견고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 성곽 본연의 목적까지 의심하게 된다.
해발 50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성곽 전체의 길이가 11.76㎞인 남한산성이 도성을 지키려는 방어의 목적이 아닌 수려한 자연에 화룡점정을 찍기 위한 건축이 아닌지 장난스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한없이 평화로웠을 것만 같은 남한산성도 삼국시대 이래로 우리 민족사의 중요 요충지로 자리해오면서 수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북한산성과 함께 도성을 지키던 남부의 산성으로 꿋꿋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 왔다.
특히 조선시대인 1636년 인조 14년에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의 공격을 피해 임금과 조정이 남한산성으로 숨어들어 47일간 항전을 벌인 일은 남한산성의 굴곡을 잘 드러낸다.
이 때문에 남한산성을 소재로 한 책도 나왔고, 창작뮤지컬도 제작됐으며 조만간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남한산성은 결사항전의 장소일 뿐 아니라 이제는 그러한 굴곡이 스토리가 돼 문화콘텐츠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당전쟁이 한창이던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한산주에 쌓은 '주장성'이 현재 남한산성의 토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조선 인조 4년(1626)에 축성을 완성하고 병자호란 이후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동쪽에 봉암성, 한봉성을 쌓는 등 여러 차례 증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 광주, 성남, 하남에 걸쳐 자리한 남한산성을 아울러 보니 산성이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청량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전하고 있는지 새삼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한편 남한산성은 1963년 1월 21일 남한산성의 성벽이 국가 사적 제57호로 지정됐고, 1971년 3월 17일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제158호),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글/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