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반 문화행사 자리매김
열린공간서 현장 그대로 표현
아이들 바다의 소중함 깨달아
출품작 수준도 해마다 높아져


바다그리기대회는 인천의 유치원, 초·중·고등학생이 '열린 공간'에서 본인이 직접 보고 느낀 감수성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생(寫生) 대회다. 경치를 그리는 사생 대회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안정적인 운영으로 20년을 이어온 것을 지역 미술인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역 미술인들은 무엇보다 미술의 저변을 확대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는다. 인천예술고등학교 류장걸 교감은 바다그리기대회로 인천에서 '미술 붐 조성'이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바다그리기대회 출품작은 1만7천423개에 이른다.

이 행사에 가족과 함께 참가하는 이들이 많아 미술의 저변을 넓히고 다지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류장걸 교감은 "학생이 미술을 매개로 특정 장소에서 가족과 시민을 함께 만난다는 자체로도 문화적 기반을 다지는 좋은 행사"라고 말했다.

장래 대학교에 입학해 미술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바다그리기대회의 교육적 효과도 적지 않다.

류 교감은 "학생들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대입을 위한 커리큘럼에 따라 지도를 받는데 바다그리기대회는 '열린 공간'에서 사생의 본질을 추구하는 대회"라며 "이런 부분에서 학교의 배움과 다르게 현장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화적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다그리기대회는 인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다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기회를 주는 장이기도 하다.

서양화가 엄규명 작가는 "바다에 많은 것이 있는 것을 알리고, 그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도로 이 대회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며 "아이들이 바다를 그리기에 앞서 나름대로 스스로 본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추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출품작 수준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바다그리기대회 수상으로 자신의 소질을 확인하고 미술대학 진학을 결심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박인우 가천대 교수(예술학부)는 "실제 자신의 눈으로 들어온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과 다르다"며 "그림을 통해 감정의 상태를 표현하는 경험을 해본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다른 학생들과 견줘 확인해보고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박인우 교수는 또 "1980년대 인천의 '수채화 붐'을 통해 미술을 시작한 사람들이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바다그리기대회가 그 명맥을 잇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바다그리기대회는 미술 전공(희망)자뿐 아니라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적 이벤트다. 바다그리기대회의 성장을 위해 참가자들이 수상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그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가 많았다.

미술 교사 출신의 정순희 예일고 교감은 "유·초등부 아이들은 순수하게 참여하고 즐거워하는데, '부모의 욕심'이 과할 경우 문제가 된다"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테크닉을 강요 또는 대신 그려주지 않고, 아이가 가진 상상의 바다를 그리는 것을 지켜봐 주면 된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