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승리에 3만7천 관중 함성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A대표팀은 홈에서 15경기를 치렀다. 평균 관중 수는 3만4천707명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수용인원(6만6천704석) 대비 52%다.
TV시청률도 이제 10%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부진이 겹쳐 대중의 관심이 차갑게 식었다. 사랑에 다시 불을 댕기기 위해서 확실한 무언가가 절실했다.
이럴 때 신태용 감독의 U-20 국가대표팀이 등장했다.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U-20 대표팀은 2017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A조 아프리카의 기니를 상대로 이승우, 임민혁, 백승호가 골을 터트리며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이들의 승리를 지켜본 관중은 3만7천500명이었다.
A대표팀의 경기당 흥행을 뛰어넘었고, 내용은 박진감 넘쳤으며 결과는 완벽했다.
모든 것이 기대한 대로 흘러갔다. 우선 경기 운영이다. 경기 초반 한국은 상대 반응을 살피려고 뒤로 물러섰다. 기니는 왼쪽 측면 공격수인 압둘라예 쥘스 케이타의 위력적인 돌파를 공격 루트로 삼았다. 그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한국이 전진했다.
볼 소유권을 쥐고 템포를 맞추더니 전반 36분 이승우의 선제골이 나왔다. 후반 들어 교체 투입된 임민혁이 추가골을 터트렸고, 막판 기력을 잃은 상대로 백승호가 쐐기를 박아 3-0으로 승리했다. 탐색, 선제 득점, 관리, 마무리로 과정이 확실하고 자연스러웠다.
스타가 해결한다는 공식도 딱 들어맞았다. U-20 대표팀의 절대적 흥행카드는 FC바르셀로나 소속인 백승호와 이승우다. 두 선수는 온·오프라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이돌 스타급 존재감을 과시한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6분 이승우가 볼을 잡고 무섭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서 일제히 함성이 일었다. 아크 정면에서 때린 슛이 상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되어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활활 타오른 불길이 진정될 듯한 후반 36분에는 백승호가 일을 냈다. 상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수비수 정태욱이 머리로 넘겨줬다. 백승호는 볼을 향해 끈질기게 다리를 뻗어 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두 선수가 골을 넣던 순간, 현장의 관중 함성은 정말 대단했다.
3-0 승리를 확정하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3만7천명 관중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믿는 선수가 멋지게 해결하고,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팀이 승리했다. 축구 팬이 머릿속에 그리는, 가장 이상적 승리가 완성됐다.
태극마크가 팬들을 이토록 뜨겁게 달궈준 때가 언제였을까?
예전 박지성의 골로 승리했을 때, 이청용이 부드러운 볼터치 한 방으로 상대를 무너트렸을 때, 차두리가 사이드라인을 따라 폭주했을 때, 기성용의 중거리포가 터졌을 때 기자석에 앉아 들었던 함성이 저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선배들과 객관적 실력을 비교하자면 U-20대표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대표팀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국민을 웃게 한다'다. 지금 신태용호가 그 일을 정말 잘해내고 있다.
/포포투 한국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