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가장 두드러진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치유'입니다.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억울하거나 감상에 젖거나 그래서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을 때 하지만 마땅한 대화 상대를 찾을 수 없을 때 흔히 종이와 펜을 찾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합니다.
글쓰기를 통한 자기와의 대화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차분하게 자신과 상황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와 더불어 삶에 대한 열정이 다시 내부에 생성됨을 느끼게 합니다.
올해 푸른인천 글쓰기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부모님들의 응모작들이 많아졌고 재미있는 글들도 그에 비례해 많았다는 것입니다. 생업과 육아에 늘 힘든 우리 부모님들이 일단 펜을 들고 글을 쓰셨다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상을 타실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글쓰기 노트를 한 권 장만하셔서 오며 가며 느끼는 삶의 흔적들을 글로 남겨 보시는 것이 어떨는지 감히 제안해 봅니다.
그럼 올해 주목할 만한 어린이들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간단한 심사평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어린이들의 솔직한 마음은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은 좋은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남궁교빈(사리울초 2학년) 어린이는 동생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자신이 '보물 2호'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최서원 어린이(고잔초 4학년)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얼마나 갖고 싶었던지 꿈에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침을 묻혀 동화책을 넘기시는 할머니께 동화책을 빌려 드리기 싫었다는 김도윤 어린이(해원초 4학년)의 글 역시 솔직함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으시다는 것을 알고 책을 잔뜩 들고 가 할머니께 책을 읽어드리고 퀴즈까지 낸다는 그 예쁜 마음씨는, 어떤 작가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할 듯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것도 글쓰기의 중요한 훈련 방법입니다. 김현민 어린이(논현초 3학년)는 자신의 돌잔치 사진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엄마에게 심통이 납니다. 그래서 예전에 친구들이 엄마가 늙어 보인다고 놀렸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말해 버립니다.
엄마의 맘이 상하길 바랐던 것이지요. 하지만 곧 엄마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엄마를 위로합니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의 과정이 3학년 어린이로는 놀랍게도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인지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놀라운 작품 중 하나였던 김현우 어린이(대정초 5학년)의 <산에도 벚꽃>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벚꽃을 녹지 않는 포근한 눈으로 비유하면서 이 벚꽃 눈이 할머니의 산소를 포근히 감싼 이불이 되고 다시 기억 속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되는 이 마법 같은 비유의 연쇄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내 어깨에 떨어진 할머니 손길/떨어질까 봐/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달려간다." 이번 글쓰기 대회의 가장 아름다운 구절로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 문장을 고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저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따뜻한 할머니의 손길 같은 것이라는 진실을 확인하면서 말이지요.
내년에도 이런 놀라운 문장들을 만나길 기대하며 올해의 심사평은 여기서 끝낼까 합니다.
/노지승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제15회 푸른인천글쓰기대회 수상작]심사평/노지승 인천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작가도 흉내못낼 '솔직함' 마법같은 '비유' 놀라워
입력 2017-05-30 21:34
수정 2017-05-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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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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