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늙지 않았어요
저녁에 아빠와 형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가족사진을 찾느라고 어지럽혀 놓으신 사진을 같이 정리하기로 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지금보다 젊으신 엄마, 아빠께서 아기를 안고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 아기가 나냐고 엄마께 여쭈어보았다.
사진속의 아기는 내가 아니라 형이라고 말씀하셨다. 형의 사진을 보니 형도 이렇게 귀여운 아기일 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형이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진속의 아기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내 돌잔치 사진은 없냐고 엄마께 여쭈어보았다.
엄마께서는 내 돌잔치 사진을 이사할 때 잃어버렸다고 하셨다. 내 사진을 잘 챙기시지 않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심통을 부렸다. 마침 옆에 엄마와 내가 7살 때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유치원 친구들이 엄마가 늙어 보인다며 나를 놀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동안에는 엄마께서 많이 속상해하실까봐 말하지 않았었는데 내 돌잔치 사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그만 말해 버렸다. 엄마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긴 했지만 별로 신경쓰시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엄마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안방 화장대 앞에서 거울 속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계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형과 나는 5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엄마는 내 친구들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시곤 하셨다. 그래서 내가 창피할까봐 학교에도 잘 오시지 않았었다. 나는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그런 엄마에게 내가 심통을 부린 것이 죄송스러웠다.
나는 살며시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를 안아 주며 "엄마 안 늙었어요. 엄마는 주름도 없잖아요."하고 말했다. 엄마는 살며시 웃으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사실 내 눈에는 엄마가 제일 젊고 예쁘게 보인다. 우리 엄마니까 말이다.
그날 저녁,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사진을 찍었다. 나는 학교에 가족사진도 가져가고 우리 가족 추억도 만든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