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801001917800094032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더 높이 올려!

[3]학부모 정선민
학부모 정선민
한국전쟁이 휴전 상태로 마무리 된지 수 십 년이 흘렀는데 우리 친구들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떼창하며 열심히 넘었다. 까만 국수같은 고무줄을 길게 이어 다리에 걸고 여럿이서 넘노라면 땀나도 지칠줄 모르고 마냥 즐거웠다. 고무줄과 다리가 노래에 맞춰 서로 얽혔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레벨도 있었다.

발목부터 까치발로 서서 손가락 끝에 감아올린 단계까지 두 친구가 팽팽하게 늘여 잡은 고무줄은 최고의 놀이터였고 성취감도 달콤했다.

"다음 단계도 자신 있으니까 더 높이 올려줘." 끝까지 살아남은 친구가 가장 부러웠던 시절은 이제 추억거리가 되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이틀이 멀다하고 한국 대기를 덮으면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내 두 딸들에게도 고무줄 놀이 문화를 전수하고 싶으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팽팽한 고무줄 놀이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옛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오늘 오래간만에 청명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 보니 추억에 잠긴다.

한국전쟁 이후 노랫말처럼 전우의 시체를 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요새 북핵으로 긴장감 도는 기사들이 매일이다.

미세먼지도 북핵도 없던 순수한 고무줄 시절을 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정인아, 정원아! 고무줄 더 높이 올려도 돼. 엄마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