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범에 관심을 둔 이유
영유권 분쟁 환경자료 중요성 확인
독도보존 노력 국제사회 전파 목적
일제에 의한 '강치 절멸' 사실 접해
뼈저린 교훈 잊지않기 위해서 연구
■백령도 점박이 물범에 대해
11월 전후 북상해 새끼 낳고 남하
남북 해역 자유로이 헤엄쳐 다녀
빙하기 무렵 옛 황하유역에 격리
서해서 서식한 향상 진화 개체군
■물범·어민 '불화' 공존 방법 없나
미역채취 어민들 서식처 침범 심각
어망 훼손 등 어민엔 '불편한 손님'
인공어초로 물고기 생존환경 보장
바다에 물범 휴식공간 조성도 필요
■DMZ자연사랑회 소개·향후 계획
학생과 함께 생태관찰·보호 캠페인
경기도와 협력 민간활동 전개 계획
한강청과 협조 강화 모니터링 확대
중고생 이해 돕기위해 책자 발간도
진종구 교수는 현재 양주 서정대학교에서 아동청소년보육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실 진 교수는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독도와 비무장지대(DMZ)의 생태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을 해왔다. 그가 순수민간단체(NGO)인 DMZ자연사랑회를 만든 것도 2005년 이 무렵이다.
DMZ자연사랑회는 처음엔 DMZ 주변 생태환경을 카메라에 담아 전시하는 활동으로 시작했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생태연구에 뛰어든 것은 올해 2월부터다. 이들의 연구목적에 공감한 김홍용 서정대 총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점박이 물범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됐다.
최근 진 교수가 이끄는 DMZ자연사랑회는 백령도에서 어민들의 미역채취 활동으로 물범 서식처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해 상 NLL 생태보호의 시급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만 보다가는 조만간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인 점박이 물범이 백령도에서 아예 모습을 감출지 모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유도해 인간과 물범이 공존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한 진 교수를 최근 서정대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 물범 생태연구활동과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점박이 물범에 관심을 둔 동기는 무엇입니까?
원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관련 법을 연구하다 우연히 200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시파단 섬 영유권 분쟁에 대해 '환경자료를 지속해서 축적해 온 말레이시아가 영유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판례를 찾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세계 최초의 독도 다이옥신 연구를 진행했고 결코 일본이 확보할 수 없는 환경자료를 축적했습니다. 이런 연구는 우리 국민이 독도 환경보존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고 국제사회에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던 중 과거 일제에 의해 독도 강치(큰 바다사자의 일종)가 절멸하게 된 사실을 접하게 됐고 이런 뼈저린 교훈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점박이 물범을 연구하게 됐습니다.
-점박이 물범은 어떤 동물입니까?
점박이 물범은 원래 육지에서 살았으나 천적 등을 피해 안전한 바다로 이주한 생물입니다. 오랜 세월 바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앞발과 뒷발이 지느러미처럼 퇴화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폐(허파)로 숨을 쉬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해양 포유류기 때문에 통상 30분 정도 잠수하면 반드시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며, 최대 1시간까지 잠수할 수 있습니다. 또 코와 입 주위에 길게 자란 수염은 민감한 신경과 연결돼 있어 미세한 물의 파장도 감지해 물고기 등을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백령도 점박이 물범은 털갈이가 끝나는 11월을 전후해 북상하는 해류를 타고 중국 보하이만 랴오둥 반도 등지로 이동, 차디찬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은 뒤 다시 백령도 근해로 남하하는 회유성 특징이 있습니다. 백령도 점박이 물범은 북극해를 중심으로 서식하는 점박이 물범 중 최남단에 서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원래 점박이 물범은 북위 45도 이북 북극권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령도는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합니다.
-점박이 물범이 백령도에 살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북태평양 개체군으로 자유롭게 왕래하던 점박이 물범이 빙하기 무렵 바다경계가 변화되면서 옛 황하 유역에 격리돼 서해를 중심으로 서식해 왔다고 추정됩니다.
격리된 개체군은 보하이만 북쪽 육지에 가로막힌 채 더 북상하지 못하고 그나마 제일 추운 보하이만의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은 뒤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 근해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해 북태평양 개체군과는 다른 독특한 개체군으로 향상진화를 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백령도 점박이 물범이 한때 하늬해변과 콩돌해안 등에서도 발견됐다는데 지금은 왜 물범 바위로 휴식처를 옮겼나요?
1940년대 8천여 마리에 달하던 점박이 물범이 멸종위기에 이른 이유는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의 간섭입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뒤 많은 피난민이 백령도로 이주해 주민 숫자가 늘었고 이는 해안가 점박이 물범들에는 상당한 위협요인이 됩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물범을 물개로 잘못 인식해 해구신을 확보하기 위해 마구 포획했습니다. 또 해안가에 출몰하는 점박이 물범을 무장공비로 오인, 사격을 가해 점박이 물범은 사람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결국, 점박이 물범은 인간을 신뢰하지 못하고 해안가를 벗어나 인간의 간섭이 덜한 바다 한가운데 물범 바위와 연봉, 두무진 바위 등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물범 바위에 상륙하는 일이 잦아지면 물범 바위도 더는 안전지대가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값이 나가는 '지네발 미역'을 따기 위해 많은 어민이 물범 바위를 침범하면서 점박이 물범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심각한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점박이 물범과 어민이 공존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사실 어민 입장에서는 점박이 물범이 썩 달가운 이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망과 어구에 걸려든 물고기를 훔쳐 먹고 심지어 어구까지 훼손하니까요. 이러한 불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해 어족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첫 번째 방안으로는 인공어초(人工魚礎)를 설치해 물고기 생존환경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그러면 어획량이 늘어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중국 저인망 쌍끌이 어선의 출몰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해경 당국의 단속활동도 필요하지만, 중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원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물범 바위나 연봉과 같은 점박이 물범의 휴식공간을 바다에 조성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DMZ자연사랑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DMZ자연사랑회는 2005년 설립해 경기도에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처음에는 DMZ 주변 풍경을 촬영해 파주시민의 날에 전시회를 열어오다 올해 2월부터 본부를 서정대학교 안으로 옮겨 학생들과 더불어 DMZ 생태보호 캠페인과 생태관찰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가들과 함께 DMZ와 NLL의 자연생태를 연구하고 있고 연구활동에 드는 경비는 김홍용 서정대 총장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DMZ자연사랑회는 경기도 DMZ정책관실과 협력해 DMZ와 관련된 각종 민간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물범 보호활동을 벌일 예정인지?
지난 2011년부터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백령도 점박이 물범 모니터링을 매년 2회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범 보호활동은 순수 민간차원의 진행도 좋지만, 정부 당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면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때문에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협조를 강화해 백령도 점박이 물범의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가능하다면 물범에 위치추적기(GPS)를 부착, 회유 경로를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민간차원에서 점박이 물범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계속 전개하기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점박이 물범에 대한 책자를 발간할 계획입니다.
우리 중고교생들이 점박이 물범의 생태를 이해하고 공존의 길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글/최재훈·김민재기자 cjh@kyeongin.com 사진/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 전북 김제 출생
▲ 고려대 정치학 석사
▲ 부경대 환경공학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27년간 활동
▲ 현 서정대학교 교수
▲ DMZ자연사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