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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란톈호텔에서 열린 웨이하이 통학버스 참사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산둥성 공안청 관계자들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웨이하이<중국 산둥성>=연합뉴스

지난달 9일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가 운전기사의 방화로 인한 것이라는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이 유족과 언론에 공개한 자료가 사건 진상을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내용 역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2일 산둥성 공안청이 공개한 자료들은 크게 발화점, 증거, 범행동기 등에 물음표를 던진다.

◇ "발화지점 운전석 뒤편 훼손 정도 약해"

유족들이 가장 납득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공안당국이 발표한 발화지점이다.

공안당국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 현장을 지나는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화재의 발화점이 운전석 뒤편이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유족에게만 공개됐으며, 운전석 뒤쪽에서 불이 크게 이는 장면이 포함됐다.

유족은 공안당국의 수사결과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유족은 소화작업이 끝난 뒤 촬영한 버스 사진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진을 보면 사건 초기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버스 출입문 쪽 부분은 크게 훼손이 되었지만, 공안당국이 발화지점이라고 발표한 운전석 뒤쪽은 차체가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또 공안이 공개한 영상이 막 화재가 발생한 시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불길이 큰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유족대표인 김미석(41)씨는 "공안이 발표한 발화지점이 정말이라면, 가장 많이 불에 탔어야 한다"며 "화재 이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발화지점의 차체는 거의 멀쩡하게 남아 있다. 오히려 처음에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출입문 쪽은 완전히 불에 타 형체도 남아 있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범행도구 '라이터·휘발유' 구매경위도 불분명

운전기사인 충웨이쯔(叢威滋·55)씨가 사용했다는 범행 도구인 라이터와 휘발유의 구매경위와 증거 수집 방법 등에 대해서도 공안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공안은 유족에게 비흡연자인 충씨가 라이터를 직접 구매했다며 방화의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충씨가 라이터를 파는 상점에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 캡을 증거로 공개했다.

영상을 직접 본 유족 임대진(37)씨는 "공안이 공개한 영상에는 충씨가 라이터를 사는 장면은 없고, 상점에 들어가는 장면만 있다. 이후 장면을 영상을 편집해 볼 수 없었다"면서 "증거품인 라이터 캡도 차체가 다 탈 정도의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하기에는 약간 그을려 있을 뿐 너무 깨끗한 모양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범행도구인 휘발유의 구매경위 역시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공안은 충씨가 범행 20여 일 전인 4월 20일 주유소에서 버스에 경유를 넣으면서 휘발유를 구매했다고 밝히면서 주유소 CCTV를 공개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해당 영상을 보면 충씨가 경유 호스로 주유를 마친 다음, 약수터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통에 휘발유인지 확실치 않은 기름을 담는 장면만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서 유족은 "해당 기름이 휘발유인지 경유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근거를 요구하자 공안당국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충씨의 주유소 체류 시간이 길었던 점을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또 화재 직전 충씨가 휘발유통 뚜껑을 한 손으로 열었다는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유족 이찬실(44)씨는 "운전기사가 운전대 아래쪽으로 손을 뻗는 영상을 보긴 했지만, 이 영상 또한 뒷부분이 잘려져 있었다"며 "상식적으로 기름이 담긴 큰 플라스틱 통 뚜껑을 어떻게 한 손으로 열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해고 통보에 앙심" 범행동기도 의문

유족들은 공안당국이 충씨의 범행동기로 밝힌 해고 통보에 대한 불만 역시 납득할 수 없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공안당국은 충씨의 범행동기에 대해 특활반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범행 전날 해고 통보를 받아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밝혔다.

특히 아내와 결혼한 딸 모두 무직으로 충씨의 경제적 부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충씨의 친인척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충씨는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조만간 정년퇴직을 하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충씨가 월급 4천 위안(한화 66만원)을 받는 직장을 잃었다는 이유로 어린이 11명을 살해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 공동대표 이정규(37)씨는 "범행동기와 비교하면 범행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안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어린아이들 11명을 해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이 밖에도 유족 설명회장에 휴대전화나 메모지 등을 지참하지 못하게 하고, 증거 영상을 보여주기만 할 뿐 영상을 제공하거나 촬영하지 못하게 한 공안당국의 태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칭다오총영사관 관계자는 "유족이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을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웨이하이<중국 산둥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