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도서관등 모든시설 관장 책임 막중
컴퓨터 이력제도 관리체계 전문화 노력
5일 출범하는 김포시시설관리공단 조성범(60) 이사장은 김포시 인사계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1998년 국내 최초로 행정직제에 '허가과'를 만든 인물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관련 부서를 수개월씩 오가며 진을 빼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허가과에서는 각 부서 담당자들이 수시로 모여 사안을 논의했다. 아침에 결재가 올라와 오후면 윤곽이 나오는 획기적인 체계였다. 김포가 시로 승격하던 그해, 조 이사장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제도를 보고하고 전국 행정기관에 강의를 다녔다.
대통령상을 거머쥔 이 아이디어는 현재 대한민국 행정처리과정의 교과서가 됐다. 조 이사장은 "관의 시각을 버리고 완전히 민간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려 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1년 설립된 김포시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김포도시개발공사와 통합됐다가 이달 1일부로 6년 만에 다시 분리됐다.
공단 350여명의 직원은 앞으로 26개 사업장에서 체육시설과 주차시설, 공원, 도서관 심지어 자원화센터 부속시설 등 관내 모든 공공시설을 관장한다. 통상적으로 체육·주차시설 정도를 관리하는 타 지자체 공단과 비교할 때 훨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분리되기 이전 통합공사 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 이사장은 공단의 홀로서기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남다른 자신이 있었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민간기업보다 공기업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1년 전 본부장때부터 이미 그는 발품팔아 현장을 총괄 지휘하며 이용객들이 뭘 가려워하는지 속속들이 파악했다. 일부 체육시설 운영권을 민간기업으로부터 인수한 뒤에는 '이용객 30%·수익 20% 증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조 이사장은 "시설관리공단의 지상 목표는 시민들이 시설물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항공사 승무원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해 가는데 대형 개발사업에 매진해야 하는 도시개발공사와 화학적으로 합쳐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분리출범을 계기로 그는 '시설관리고도화작업'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설을 구성하는 제품의 수명과 특성을 컴퓨터 이력에 남기고 실무자가 현장에서 추적하는 전문시스템이다. 이 경우 누가 업무를 담당하게 되더라도 서비스 오류를 줄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보다 뛰어나고 잘하려 드는 조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 이사장은 "직원들이 자기 일에 애정을 갖고 주어진 자리에서 상식과 정도를 지켜가면 잘 돌아가지 않겠느냐"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