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 강화 마니산 소사나무는 누구나 생각하듯이 150년을 참성단에서 자생한 게 아니란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경인일보가 지난 1일자 1면에서 보도한 '해방 직후 강화도 모습' 사진 중 개성 학생들이 오른 마니산 참성단 부분을 확대해 보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여겨진 소사나무 한 그루가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청이 2009년 9월, 수령 150년으로 추정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 소사나무는 그 세월 동안 척박한 참성단 꼭대기에서 홀로 자생해 온 것으로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까지 생각해 왔다. 이런 점에서 이 사진 1장은 이 소사나무가 최소 1947년 이후 참성단 위에 새로이 옮겨 심어졌다는 사실을 얘기해 준다.
문화재청은 '참성단 소사나무'가 외양도 단정하고 균형이 잡혔으며, 특히나 마니산 참성단의 돌단 위에 단독으로 서 있다는 독특한 점에서 우리나라 소사나무를 대표한다고 천연기념물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국내 소사나무로서는 처음이었다. 참성단 소사나무 앞 안내판에는 '수령 150년(추정)'이라는 내용도 새겨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물기와 양분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참성단 위에서 홀로 150년을 살아온 신령스런 나무로 여기게 되었다.
이런 인식은 나무 전문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도 이 소사나무가 중간에 참성단에 옮겨 심어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인일보가 2017년 연중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은 홍순주 할아버지의 해방 직후 수학여행 사진 속 참성단 모습에서는 돌단 위 어디에서도 이 소사나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한 국내 유명 나무 칼럼니스트는 '참성단 소사나무'를 일컬어 '흙 한 줌이 고작인 참성단 돌 틈에서 1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장한 나무'라고 썼다. 홍순주 할아버지의 사진 1장은 천연기념물 소사나무가 참성단에서 150년을 계속해서 살지는 않았음을 증명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석권 박사는 "해방 직후 참성단 주위에 소사나무가 없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면서 "이번 기회에 참성단 소사나무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역사적 사실의 관계를 검증해 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석권 박사는 또 "150년을 계속해서 살았느냐, 중간에 이식했느냐는 문제를 별도로 치더라도, 그런 사진이 나왔다고 하니 조만간 참성단 소사나무와 관련한 여러 가지를 개인적 차원에서라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