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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사운영 교육 선택권 확대 취지
1983년 경기과학고 시작 '특목고' 첫 설립
입시명문고 전락 우수 학생 싹쓸이 지적

문 대통령 '공평한 교육기회' 대선 공약
정부 의지 반영 경기교육감 첫 이행 선언

국회 동의 필요없는 대통령령 개정 사안
시행령서 설립조항등 삭제땐 폐지 가능

고교 비평준화 지역·과학고·영재고 등
"계층화 여전 전반적 개혁 선행" 목소리
일방적 진행 비판도… 여론 향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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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외국어고(외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찬반 공방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외고·자사고 폐지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처음 실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한 후, 서울·강원 등 진보교육감들이 폐지에 찬성하자 그야말로 교육계·시민단체·학부모·학생 등이 찬반으로 엇갈리며 혼란스런 상황에 직면한 것.

계층화·서열화의 주범인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해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 목표지만, 해당 학교들과 외고·자사고를 준비하는 중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다양성 교육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인지역 고교 평준화 및 자사고·외고 현황

■퇴출대상 오른 외고·자사고, 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3월 22일 교육공약을 발표하며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돼버린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달 18일 한 강연에서 "현재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라며 "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듯 이 교육감은 최근 월례기자 간담회에서 경기도내 외고와 자사고 10곳을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교육감 위주로 외고와 자사고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고·자사고 때문에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외고·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가 황폐화됐고, 고교를 서열화해 사교육을 유발하는 데다 초등학생까지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공교육 부활'과 '사교육 줄이기'에 방점이 찍힌다. 또 이 학교들이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어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학비를 일반고의 3배씩 받아 부유한 학생들만 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8개 외고(과천·동두천·안양·고양·김포·경기·성남·수원)와 2개 자사고(안산동산고·용인한국외대부고)가 있다.

■외고·자사고의 시작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특목고는 지난 1983년 우리나라 최초로 경기과학고를 시작으로, 그다음해 외국어 고등학교인 대원외고와 대일외고가 개교했다. 1974년 고교평준화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면서 엘리트 교육, 특수 영재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후 탄생한 것이다.

특목고는 목적에 따라 과학고·예술고·외국어고·체육고·국제고 등으로 나누지만 보통 외고를 가리킬 때가 많다. 자사고의 경우 지난 2002년 강원 민족사관고 등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6개 학교를 시범 운영한 결과를 반영해 25개를 지정한 것이 시작이다.

자사고는 교과과정의 체계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로 각 학교의 개성있고 다양한 학사 운영과 교육과정을 보장하는 학교다.

■외고·자사고 폐지 이전에 교육 평등화 우선

외고와 자사고가 학교의 계층화·서열화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들 학교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교육의 평등화를 이룰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신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경기도 내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율형 공립고, 특목고의 또 다른 축인 과학고와 영재고 등 고교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

추첨 방식으로 배정되는 도내 평준화 지역은 수원·성남·안양·부천·고양·광명·안산·의정부·용인 등 9개 학군으로, 199개 일반고교가 위치해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비평준화 지역에는 172개 일반고가 있으며, 해당 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면 중학교 내신성적을 평가해 선발한다.

하지만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일반고인데도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 '입시 중점 학교' 등으로 알려져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등 또 다른 의미에서 서열화를 부추기는 학교로 꼽혀 왔다.

이외에 오산 세마고, 남양주 와부고·청학고, 시흥 함현고, 파주 운정고 등 도내 자율형공립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학교에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일부 학교는 내신 점수가 200점 만점에 가까워야 입학할 수 있는 등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도내 A 외고 교장은 "대놓고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홍보하는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와 자공고도 많은데, 외고 8곳과 자사고 2곳을 없앤다고 입시 경쟁이 사라지겠느냐"며 "외고와 자사고 정리 이전에 전반적인 교육 개혁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가능할까?

정부가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다. 해당 시행령에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하고 고교 유형에 따른 선발시기를 규정한 내용도 없애는 것이다. 현재 특목고와 자사고는 전기고로,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등은 후기고로 분류돼 따로 선발한다.

대통령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이는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률 개정 대상이 아닌 대통령이 고칠 수 있는 대통령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고·자사고 폐지 절차를 밟는다면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며 폐지 요구가 있지만, 다양성 교육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 여론의 향배도 주목할 대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확정된 게 없지만 만약 (외고·자사고 폐지가) 국정기획위에서 국정과제로 채택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시기가 결정될 경우 관련 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근거를 마련하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신선미기자 lk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