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신'만큼 유명한 '이수일과 심순애의 대동강가 부벽루 신' 그리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로 표상되는 그 이야기, 그 연극, 그 영화가 바로 '장한몽'이다.
무려 한 세기 이상의 세월을 뛰어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한몽'의 원본은 '요미우리신문'에 절찬리 연재됐던 오자키 코요(1867~1903)의 '금색야차(金色夜叉, 1897)'다. '곤지키야샤'? 우리말로 풀이하면 돈이라는 저승사자(두억시니)란 뜻이다.
애정의 삼각관계를 다룬 순정소설이되, 전례 없이 남녀의 연애사에 돈이라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개입시킨 근대적 작품이다.
그런데 '금색야차' 또한 오자키 코요의 순수 창작이 아니라 영국의 여류소설가 샬롯 메리 브레임(1836~1884)의 '여자보다 더 약한(Weaker Than a Woman)'의 번안소설이었으니 조중환(1884~1947)의 '장한몽'은 번안의 번안인 셈이다.
조실부모한 이수일은 아버지 친구 심택에 의해 양육되며, 그의 딸 심순애와 약혼한다. 심순애는 김소사의 집에서 우연히 동경 유학생 김중배를 만나게 되고 그의 물질공세에 그만 이수일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김중배와 결혼한다. 상심한 이수일은 고리대금업자가 되고, 죄책감과 불행한 결혼생활로 심순애는 자살을 기도한다.
대동강에 투신자살을 하려던 그녀는 이수일의 친구 백낙관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그의 중재로 두 사람은 다시 재결합한다.
스토리는 잘 알려진 대로 또 누구나 아는 바 그대로다. 그러나 '장한몽'은 전래의 한국 고소설들과 달리 '사랑이냐 돈이냐'하는 통속적인 물음에 여성의 선택을 도덕적 심문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으며, 문체의 근대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노벨로서의 성격이 분명하다.
'장한몽'은 소설사적 획기성뿐 아니라 한국근대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로서 그 문화적 파급력이 상당했다. 고복수 · 황금심 콤비의 대중가요 '장한몽가'를 비롯해서 이기세 · 신상옥 등 여러 감독들에 의해 일곱 차례나 영화화됐고, 만담과 연극(신파극)은 물론 유랑극단의 단골메뉴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이 장한몽'들'은 여전히 한국인의 감수성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문학, 통속애정소설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대중소설은 근대문학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