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결과 드러난 연쇄 살인범 정두영(鄭斗永.31)의 범행과정은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는 그의 말처럼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기 이를데 없었다.

수사 경찰관들은 정을 '인면수심의 살인마'라고 표현했다.

현재 확인된 정의 첫번째 강도살인 범행이 벌어진 지난해 6월 2일 오전 부산시 서구 부민동 손모(69.여)씨 집에서 그는 금품을 훔치다 이를 발견하고 고함치는 가정부 이영자(58.여)씨를 세면장으로 끌고 갔다.

정은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씨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친 뒤 피를 흘리며 실신한 이씨의 목을 졸라 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또 지난해 9월 15일 오후 서구 동대신동 이모(42.여)씨 집에 들어갔을 때는 흰색 애완견이 짖자 발로 걷어차 죽인 뒤 놀라 뛰쳐나온 가정부 조풍자(54.여)씨마저 주먹 등으로 무차별 폭행, 살해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1일에는 울산시 남구 옥동 박모(60)씨 집에서 박씨의 아내 김모(54)씨를 흉기로 난자해 살해하고 3백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나오던 중 귀가하던 아들(24.대학원생)을 대문앞에서 마주치자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정의 살인행각은 올해 들어 더욱 잔인해졌다.

지난달 11일 오전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박춘기(43.주점업)씨 집에 들어가 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나오던 중 박씨의 처형 김업순(48)씨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저항하자 이를 빼앗아 김씨와 가정부 김태순(55.여)씨의 온 몸을 때려 숨지게 했다.

이 때 거실에 누워있던 생후 17개월된 박씨의 아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이를 감싸고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박씨의 아내 김필자(39)씨에게도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지난 8일 오전에는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DCM철강 회장 정진태(76)씨 집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던 중 거실에서 나오던 정씨의 아내 손호석(73)씨와 비명을 지르던 가정부 황태순(50.여)씨를 흉기로 무참히 찔러 숨지게 했다.

이어 정원에서 놀라 뛰어온 정씨와 숙모 김경순(74)씨를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 금고를 열게 한 뒤 정씨가 무인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키려 하자 정씨의 온몸을 흉기로 난자해 살해하고 김씨의 등을 발로 차 중태에 빠지게 했다.

불과 10개월새 무려 9명을 살해하고 8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무차별 살상극을 벌였던 정은 경찰에 검거된 뒤 왜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들을 살해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급해서 그랬다. 그 때는 내 마음속에 악마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