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어린 선수들 기살린 용병술
코너에 몰린 끝에 내린 선택은 신태용이었다. 새로 구성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4일 신태용을 신임 감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통과시 본선까지 신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끈다.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이 밝힌 선임 이유는 "소통"이었다. 지금 대표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진단이다. 슈틸리케호의 최대 문제는 균열이었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는 물론 선수단 안에서도 미묘한 틈이 생겨 형편없는 경기력과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
에이스 노릇을 하는 기성용과 구자철이 작심하고 동료들의 느슨한 정신력을 질타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력보다 분위기를 확 갈아엎을 수 있는 인물이 최선이다.
2017년 현재 신태용 감독은 국내에서 선수들과 가장 잘 소통하는 지도자로 손꼽힌다. 모래알 분위기를 단번에 단단한 자갈로 바꾸는 장인이다. 프로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딘 성남일화에서부터 그랬다. 그가 감독 대행이 되었던 2009년 성남은 어수선했다.
모기업이 갑자기 지원을 줄인 탓에 흡사 망한 부잣집 같았다. 스타들이 떠난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웠고, 그나마 남은 주전들도 짐 쌀 궁리만 하고 있었다.
당시 신 감독은 필자에게 어린 선수들로 채운 출전명단을 보이며 "이게 성남처럼 보이는가?"라며 한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분위기와 그런 팀을 데리고 '초짜' 감독은 첫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다음해에는 AFC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일으켰던 변화는 더 드라마틱하다. 'FIFA U-20 월드컵코리아 2017'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U-20 대표팀 사령탑을 신태용 감독으로 교체했다. 당시 팀은 안팎에서 고전 중이었다. 선수들은 전임 감독의 엄격한 지도 방식을 버거워했고, 실전에서는 수비 전술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자 팀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바뀌었다. 신 감독이 조성한 자유로움이 어린 선수들의 기를 살렸고, 평가전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로 갈채를 받았다. 취재진마저 "이게 진짜 그때 그 팀이 맞는가?"라며 놀랐다.
물론 신태용 감독의 장점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행 티켓을 보장하진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대표팀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시리아전(졸전 끝에 1-0 신승) 후 기성용은 "지금 같이 경기를 하면 어떤 감독이 와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신태용 감독은 느슨하게 헐거워진 거대한 에고들의 간격을 바짝 좁혀야 한다. 스타급 대부분 이미 월드컵 본선을 맛봤고, 내년 여름 러시아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 경력이 망가지지 않는다. 예선 2경기에서 "어떻게든 이기겠지"라는 안이함도 여전하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첫 번째 충격파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붙박이에 밀려 기회에 굶주린 백업 멤버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식의 '극약처방'도 필요하다. 남은 예선 2경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신태용 감독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충격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포포투 한국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