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세계 5~6위 생산능력 불구 기술력 인정 못받아 하청구조 개선 시급
국내 기업 中자동차 무서운 성장 대비해야… 정비 기술자 저평가 아쉬움
인간적으로도 명장 되고 싶어 꾸준한 봉사… 46년 경력 車산업 발전 기여

특히 국내 시장에서 7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높은 판매량과 비례해 수출용과 내수용에 차이를 두는 등 국내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불만이 있다. '급발진', '에어백 미작동' 등 현대차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품질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박병일(61) 자동차 명장이다. 박 명장은 그동안 국내 자동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앞장서 왔다. 그 결과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기도 한 그는 지난 2014년 현대차로부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현대차는 그가 한 언론 인터뷰 9건을 문제삼았다. 박병일 명장은 국내 대형 로펌을 앞세운 현대차를 상대로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대응했다. '대기업+대형로펌'과 박병일 명장 1인의 대결에서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박병일 명장을 지난 6일 오후 그가 대표로 있는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정비업체 CAR123TEC 사무실에서 만났다. 46년간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6위에 올라있지만, 자동차 기술력은 일본, 독일의 자동차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기술력에는 유럽과 일본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지적에 대해서는 분석해 수용할 것은 수용하면서 이를 토대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또한 국내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청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지위를 이용한 '단가 후려치기'가 오랜 기간 만연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의지를 꺾어놨다"며 "초창기에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중소기업들이지만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면서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공장 문을 닫는 경우도 숱하게 봐왔다.
이러한 구조가 세계 5위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에 대해서는 인정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자동차 정비 부문에서 '제1호 명장'이 됐다. 그가 자동차 정비 일을 배운 지 31년 만이다. 자동차 정비 부문에서 국내 대표 전문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6남매의 첫째인 그는 학창시절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자신이 미술을 하게 되면 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뒀다.
길을 가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들었던 엔진 소리가 좋아서 자동차 정비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14살 때였다.
자동차 명장이 된 이후에도 그는 정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외국서 자동차 관련 서적을 구입해 읽었고, 국내에 없는 차량을 직접 분해하고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서 들여온 수입차만도 100여 대다. 그는 특히 매년 중국차를 들여와 분해하고 있는데 중국 자동차의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그는 "5년 전과 지금 중국차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거리에서 중국 브랜드 차량을 흔하게 보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발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명장은 이처럼 자동차 정비와 관련한 일을 수십 년 간 해왔지만, 자동차 정비 기술자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고 했다. 현대차가 자신을 고소한 이유도 이같은 인식의 연장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현대라는 회사가 자동차 고치는 일을 하는 나를 쉽게 본 것 같다"며 "'명장'칭호를 가지고 있는 나를 쉽게 볼 정도면 기술자들 모두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변호사 없이 소송에 대응했다. 자동차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긴다면 기능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술자를 낮게 보는 시각을 뒤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제1호 명장의 자리에 오른 데 이어, 세계 최초로 급발진 원인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식을 후학에게 전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정비업체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그가 인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군대에 다녀온 직후다. 우연히 아는 선배가 일하는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일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인천에 터를 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명장이 되기 전까지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명장이 된 이후에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술로 명장이 됐지만 인간으로서도 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06년부터 인천의 섬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단체인 '한국마이스터연합회'의 봉사활동은 10년이 넘었다. 그는 차량 정비를 맡고, 다른 회원들은 집 고치기, 가전제품 수리, 일손 돕기 등을 하고 있다.
박 명장은 "섬에 계신 분들은 특히 기능인들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섬을 다니고 있다"며 "10여 년간 하면서 회원수도 1천명이 넘는 등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저 스스로 마음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 동안 박 명장의 활동에 대해 누군가는 '투사'라고 했고, 누군가는 '진정한 전문가'라고 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박 명장을 눈엣가시처럼 느끼는 이들도 있다.
박 명장은 "저는 수십 년간 자동차를 고치고, 자동차를 공부했다. 지금도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며 "저는 힘이 닿는 데까지 자동차 관련 일을 할 것이고, 현대차를 포함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잘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명장은 대한민국 자동차 발전을 바라는 기능인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기능인이다. 진정한 '자동차 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제 역할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병일 명장은?
-출생 : 1957년 8월 17일 서울 출생
-경력
▲ 1971년 자동차 정비 입문
▲ 1994년 인천기능대학 자동차공학과 졸업
▲ 1999년 세계 최초 자동차 급발진 분석
▲ 2002년 대한민국 제 1호 자동차 명장 선정
▲ 2004년~200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 2006년 기능한국인 선정
▲ 2006~2010년 신성대학 겸임교수
▲ 2011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 2013년 한국산업인력공단 명예의 전당 헌액
▲ 2000년 ~현재 CAR123 TEC 대표
▲ 2007년~현재 한국마이스터연합회 이사장
▲ 2008년 ~현재 JPS KOREA 기술연구소장
▲ 2012년~현재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저서 : '자동차전자제어 오토매틱' 외 3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