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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방치됐던 화성 궁평항의 어촌체험관. 경기도미술관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윤협작가가 궁평항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켰다. /경기도미술관 제공

사람 떠나간 '어촌체험관' 희망프로젝트
美활동 윤협 작가 궁평항 이미지화 작업
지역어르신 실버카페도 열며 '새 명소'로


회색 건물과 자동차로 가득한 도심을 뚫고 1시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바다가 있다. 화성시 궁평항이 품고 있는 서쪽 바다다. 궁평항은 도시의 작은 어촌 마을이다.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 이곳 역시 겪고 있는 문제는 황량함이다.

사람이 떠나고 찾아오는 이 조차 없는 텅 빈 어촌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화성시, 궁평항 마을주민들이 경기도미술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선뜻 수락한 것도 그 이유다.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궁평항에는 3년 동안 방치됐던 건물이 하나 있었다. 낚시, 갯벌체험 등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어촌체험관'이었는데, 찾는 이가 없어 거의 버려져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공간에 주목했다.

폐허처럼 버려진 공간에 예술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쉽지 않은 이 프로젝트는 이런 일을 줄곧 해왔던 작가 '윤협'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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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마을을 변화시킨 작가 윤협.

윤협 작가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Hwaseong Made_Hope is Here'로 명명했다. 작업 기간 내내 이곳에서 생활해 온 작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막연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지 않았다. 작가는 궁평항 사계절의 색상에서 착안, 4가지 색을 활용해 궁평항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화성시 시화인 개나리에 착안한 무늬와 궁평항 파도, 주민들의 인상에서 비롯한 패턴도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이미 다국적 기업들과 다양한 거리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윤협 작가가 고국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하자, 그 사실 만으로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실제로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이 작가의 팬들 블로그를 중심으로 확산돼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고, 미국에 돌아간 이후에도 작가가 자신의 SNS와 미국 언론에 궁평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2015년에는 뉴욕타임즈가 궁평항에 그려진 윤협 작가의 작품을 보도해 궁평항이 세계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작가와 주민의 정서적 교류에 있다. 당시 어촌체험관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었다. 마을을 위해 고생하는 작가를 보며 내내 마음이 쓰였던 노인 교육생들은 비록 아마추어 실력이었지만, 작가에게 매일 커피를 대접했다.

작가를 손주처럼 여기며 식사, 잠자리 등 생활을 챙기는 일들도 많았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작가는 이때의 경험을 두고두고 말할 만큼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는 화성시에 한가지 제안을 했다. 노인 교육생들이 만든 훌륭한 커피를 직접 판매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작가는 카페의 간판 이미지도 직접 제작해 주었다. 이후 시는 어촌체험관 한 편에 노인 교육생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열었고 이곳은 곧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또한 궁평항의 성공을 발판삼아 시는 미술관과 함께 전곡항에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예술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이어진다.

경기도미술관 최기영 큐레이터는 "그 이후에도 시는 작가와 협의해 궁평항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관광상품을 제작해 궁평항을 알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궁평항 프로젝트는 예술이 낙후된 지역에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