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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관람설명서
해외파 일찍 보내줄 가능성 적어
국내구단 형평성문제 불거질수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새롭게 출발 중이다.

신태용 신임 감독은 K리그 현장 관전을 시작했고, 코치진 인선도 거의 마친 상태다. 8월 31일 이란전(홈)과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원정)까지 신태용호는 대표팀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상대 전력을 분석하는 작업에 임한다.

신태용 감독이 취재진과 만난 K리그 현장에서 자연스레 조기 소집 이야기가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급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A조 2위다. 순위가 유지되면 다행이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1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월드컵 출전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봐야 한다. 소위 비상시국이다. 지금처럼 대표팀 분위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는 선수들을 일찍 모아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준비가 절실하다. 그 답이 조기 소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상 대표팀의 훈련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소속팀 경기를 끝내고 모이니까 첫날 쉬어야 한다. 다음날 말로 전술 설명하고, 다음날 몸 풀고, 출전한다. 그래서 훈련 자체보다 팀 분위기가 제일 중요하다"라며 대표팀 운영의 고충을 설명했다. 기존대로 가면 선수들은 8월 26~27일에 잡힌 소속팀 경기 직후 파주에 모인다.

선수 구성과 전술을 새롭게 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처럼 분위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는 그마저 확보한 시간도 평소보다 더 짧게 느껴질 것이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도 조기 소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선수를 공짜로 데려다 쓰는 입장인 대한축구협회가 먼저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K리그 측이 양보하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할 여지도 없다. 소속 구단들의 양보를 바랄 뿐이다. 협회로서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물밑에서 교섭해야 한다.

국내 축구계에 위기감이 퍼져있는 분위기가 그나마 기댈 언덕이다. K리그 감독들도 협조 의향을 표시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외파다.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도 대표팀의 선수 구성에 파격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성용과 손흥민(이상 영국), 구자철(독일), 황희찬(오스트리아), 남태희(카타르), 권순태(일본) 등은 베스트XI 출전이 유력한데, 각 구단들이 선수들을 일찍 보내줄 가능성이 희박하다.

즉, 조기 소집을 해도 실제로 경기에 뛰어야 할 에이스들은 빠질 수밖에 없다. 반쪽 소집이 되어버리면 K리그 구단들의 형평성 불만, 국내파와 해외파의 호흡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협회의 일 처리가 대단히 중요해진다. 프로구단에 희생을 강요할 수 있던 시대가 아니다. 조기소집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구태도 없어야 한다. 월드컵 진출이 한국 축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축구판 내부의 짜임새와 룰을 무시해서는 안 될 말이다.

대표팀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바닥이 아니기에 어느 때보다 협회의 영리하고 매너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포포투 한국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