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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근로자 생계 보장 취지 불구
고용감소 vs 수익증가 갈등
도입 30년 지나도록 그대로
미국 등 타국가도 같은 고민

'1만원 공약' 내건 文 대통령
"소득주도 경제성장론"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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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받아서는 못 살겠다."

"그렇게 주면 우리가 죽는다."

최저임금을 놓고 온 나라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목표 달성을 위해 시동을 건 정부·노동계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중소기업계가 맞붙은 상황이다.

사실상 선공은 정부와 노동계가 날렸다. 2018년 최저임금을 올 최저임금보다 1천60원(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고 인상 폭이자, 11년 만에 나온 두자릿수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논의기구를 통해 내린 결정이지만, 새 정부와 노동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중소기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감당해야 할 인건비가 수십조 원 규모여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급기야 중소기업계의 집단행동도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의 의지는 굳건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디딤돌 삼아 지금의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쳐야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임금과 일자리 불안이 소비 침체로 이어져 경제난이 악순환 되는 구조, 생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수익을 대기업이 쓸어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 10차 전원회의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 왜 '최저임금 1만 원'인가?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비'와 함께 묶여있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취지 자체가 근로자의 생계비 보장이다.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은 그 정도가 돼야 최소한의 생계비가 확보된다는 판단에 따라 나온 것이다.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지난달 한국통계학회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의 월평균 실태생계비(표본평균)가 175만2천898원으로 계산됐다.

실태생계비는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조세, 사회보장분담금 등)을 합쳐 계산한 생계비다.

# 최저임금 인상 논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사용자와 노동계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못하고 매년 마찰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퇴장해 버리는 일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매년 큰 폭의 인상이 있어야 가능한 목표여서 앞으로도 노·사 양측의 치열한 대립이 예고된다.

이번 2018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노동계는 처음부터 '1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계가 2015년부터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는 새 대통령의 공약 덕분에 더 힘이 실렸다.

 

반면 사용자측은 올해보다 2.4% 오른 6천625원을 꺼내놓고 협의가 시작됐다. 처음부터 인상률 적용 자체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사용자를 대변하는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은 영세한 중소기업들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로 테이블에 나섰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사업자의 98%가 300인 미만, 87%는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편의점이나 식당 등 열악한 영세기업이 많아서 과도한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가계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나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맞섰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고 내수가 살아나야 자영업자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논리다.

#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논쟁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을 11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한 미국 시애틀의 경우 '소득 감소, 고용감소 vs 소득증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주에서는 2022년까지 주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매년 인플레율에 맞춰 자동으로 올리도록 했다. 월급쟁이들은 일제히 환영의 의사를 밝혔지만 경영계측은 임금 인상분만큼의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도입한 나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동계와 사용자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5개 OECD 국가 중 27개 국가가 도입해 운영 중이다.

# 결국 선택의 문제

경제학적 논리로 따지면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기본원리다. 노동을 상품으로 본다면 가격이 상승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임금은 소비와 연결돼 있고, 소비는 다시 기업과 연결돼 있고, 기업은 다시 근로자(임금)와 연결돼 있다.

이런 연결구조로 인해 어느 한쪽이 살아나면 선순환이 이뤄지고, 어느 한쪽이 죽으면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새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 '선순환'을 택했다. 기업이 죽지 않고 버티게 해 선순환 구조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결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됐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