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정명원등 마무리투수 계보
끝판왕 오승환 '277' 최다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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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선발투수의 영광이 '승리투수'로 보상 받는다면, 마무리투수의 목표는 '세이브 투수', 즉 승리를 지켜낸 투수가 되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 규정집에는 '자기 팀이 3점 이하의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1회 이상을 던지거나, 점수차에 상관없이 3회 이상을 던지면서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켜내는 투수. 혹은 루상에 나가 있는 주자와 상대하는 타자, 그리고 그 다음 타자까지 득점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는 투수에게 세이브 기록이 주어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맡아서 끝까지 지켜낸다'는 대전제 외에도 '너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경기를 지켜내는 것은 별 칭찬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 제한사항들이다.

반대로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에 나와서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하며 세이브 기회를 날리는 것은 '블론 세이브(blown save)'라고 한다. 말 그대로 세이브를 '날려버린다'는 뜻이다.

대략 150년이 넘는 야구의 역사에 비추어본다면 세이브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69년, 일본은 1974년, 한국은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부터 세이브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경험이 축적되면서 구원투수들의 능력과 기여도는 승-패로 측정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무조건 한 경기를 책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과, 능력 있는 투수가 자신의 경기를 완투한 다음에도 동료가 난타당하며 고생하는 경기에 끼어들어 '한 손 돕는' 것이 자연스럽던 시절을 지나, 한 팀의 투수들 사이에 일정한 역할분담을 함으로써 더 확고한 승리를 도모할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시기가 대략 그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점점 더 경기 후반 마무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따라서 마무리투수의 몸값도 오르는 동시에 마무리투수의 몸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도 더 높이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승기를 잡았다 싶은 순간부터 몇 회든 경기의 후반부를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했던 마무리투수의 역할 또한 '1회 이내'로 한정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1983년 OB에서 단 두 번만 선발등판을 하고 나머지 37경기를 구원으로 등판해 32번 경기를 끝내며 14세이브를 올린 황태환 투수가 최초의 마무리투수라고 볼 수 있으며, '세이브 상황에만 등판하는' 현대적인 개념의 마무리투수로는 이듬해인 1984년 같은 팀에서 활약하며 25세이브를 올린 윤석환 투수와 1985년 삼성에서 26세이브를 올린 권영호 투수를 시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투수의 위상을 선발투수와 나란히 놓을 정도로까지 올려놓은 인물은 1986년부터 1999년까지 MBC와 LG에서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하며 통산 227세이브를 올린 김용수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빠른 공과 정교한 제구력, 그리고 침착한 성격을 겸비해 마무리투수의 교과서적인 상을 정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용수 이후 한국 마무리투수의 계보는 정명원(태평양-현대), 진필중(두산), 이상훈(LG), 임창용(삼성-야쿠르트), 정대현(SK), 오승환(삼성)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명원, 진필중, 이상훈, 오승환 등이 그랬던 것처럼, 1이닝 정도는 빠른 직구로 압도할 수 있는 투수들이 마무리투수로 선택받는 경향이 많았지만 정대현과 정우람처럼 공은 느리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완숙한 변화구, 그리고 노련한 두뇌플레이로 타선의 예봉을 무력화시키는 유형의 마무리투수들도 없지는 않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은 삼성에서 277번의 승리를 지켜낸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오승환이 가지고 있으며, 역시 해태와 삼성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삼성과 기아 유니폼을 입은 임창용이 20여 개의 격차로 뒤쫓고 있다.

/김은식 야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