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2145
김창언 노아의 집 원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재훈기자 jjh2@kyeongin.com

母 김옥이 전도사 영향 사회복지 헌신
가족 없는 장애아동 한집에서 보살펴
성장한 원생들 나눔 품앗이 한몫보태


2017073101002066100099422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장애아동보호시설인 노아의집을 책임지고 있는 김창언(69) 원장은 가족을 잃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김 원장은 "어머니때부터 이어져 온 사회적 역할"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돼 또 다른 아이들을 돌 보는 것이야 말로 품앗이의 선순환"이라고 했다.

그가 지금껏 아동복지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모친인 김옥이 전도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6·25 전쟁 직후 거리마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넘쳐났을 당시 김옥이 전도사는 아이들을 하나, 둘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어머니는 주변의 부모를 잃은 또래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았다"며 "덕분에 나는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은 아이들과 형제처럼 지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집에서 함께 사는 가족이 늘어났고 김 원장에게는 이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

김 원장은 "집으로 들인 아이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나는 절대로 사회복지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머님의 피를 물려받는 김 원장이기에 그 역시 성인이 된 이후에는 어머님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규모가 큰 기업에 입사했지만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어머니의 뜻이 그에게는 이미 숙명같았다. 1980년 어머니의 뒤를 이어 김 원장은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한 이삭의집 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어머니께서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어릴 적 내키지 않았던 사회복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삭의집에서 처음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을 돌본 이후 40년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역시 어머니께서 실천했던 조건 없는 사랑이다. 지난 1999년 포천시 신북면 산골에 가족이 없는 장애아동들을 위한 노아의집을 설립해 또 다른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김 원장의 손을 거쳐 간 아이들이 성장해 교수가 되고, 선교사가 돼 다시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는 모습을 볼 때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김창언 원장은 "내가 어머니께 받았던 사랑을 다른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나에게 받았던 사랑을 다른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품앗이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포천/정재훈기자 jjh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