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물류 측면, 예선의 중요성 커
업체 난립 '전문성 약화' 큰 부작용
등록기준 강화·교육 정례화등 숙제
"위기에 빠진 예선업체들의 어려움을 임기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네요."
지난달 초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에서 퇴임한 김일동(65) 대륙상운 대표. 그는 "예선업체가 늘어나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예선산업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을 맡아 4년 동안 노력했지만, 탈출구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선은 항만시설 보호와 선박 안전을 위해 부두에 접안하거나 계류하고자 하는 1천t 이상 선박을 도선사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장소까지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이동시키는 배를 말한다.
김 대표는 "예선은 본선이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예선이 없다면 본선의 부두 접안이 불가능하다"며 "안전뿐 아니라 물류의 측면에서도 예선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예선이 멈추면 물류의 호흡이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목포해양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부친이 인천항에서 도선사로 생활하면서 인천에 터를 잡게 됐고, 부친 영향을 받아 1977년부터 인천항에서 예선 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내가 예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각 지방항만청에서 예선을 운영했다"며 "(예선 업무는) 국가가 관리하는 부두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였다"고 했다.
하지만 1995년 예선업체 설립 규정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산업 구조가 달라졌다. 김 대표는 "1995년부터 예선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했고, 업체 간 경쟁이 과도해졌다"며 "업체가 많아지면서 벌어진 가장 큰 부작용은 전문성이 약화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 이사장을 지내면서 예선업 법 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현재 인천에도 41척의 예선이 활동하는 등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예선업의 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등록한 이후에도 교육을 정례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었지만,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생 바다를 보면서 살아왔다"며 "인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인천은 40년 가까이 사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바다에서 생활했고, 예선업을 포함한 해양·항만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도 예선업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이런 노력이 예선업뿐 아니라 항만 관련 업계, 인천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