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따라 '왼쪽·오른쪽' 타석 선택
최근 완성도 높은 '우투좌타'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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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야구작가
스위치히터(switch hitter)란 필요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 타석에 모두 들어설 수 있는 타자를 말한다. 그런 타자가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른손 투수의 공은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의 공은 오른손 타자가 유리하다'는 상식 때문이다.

공을 던지는 투수의 팔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둘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팔꿈치를 반대로 틀어서 던지는 역회전공 같은 특이한 변화구를 제외하면 모든 공은 투수의 팔 쪽에서 몸통 쪽으로 휘는 궤적을 갖게 된다.

따라서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공은 왼손 타자에게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오른손 타자에게는 조금씩 멀어져가는 느낌이 된다.

그리고 '같은 손 투수'가 사이드암 유형의 투구 폼으로 각도가 큰 슬라이더를 던지기라도 한다면 타자의 등 뒤쪽에서부터 휘면서 스트라이크존 반대 쪽 끝을 스치고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끔찍한 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불펜에 왼손, 오른손 투수들을 여러 명 준비시키면서 경기의 결정적인 고비에서 왼손, 오른손 타자에 맞는 족집게식 처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명의 타자가 상황에 따라 왼손 타석과 오른손 타석에 모두 들어설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비 팀이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떤 투수를 내보내더라도 앞서 설명한 '유형에 따른 주도권'은 타자가 쥐게 되기 때문이다.

'양손잡이'라고 해도 사람은 대부분 더 강한 힘을 가진 팔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부분 스위치히터란 오른손 타자가 왼손 타석에서도 공을 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서 도달하는 하나의 경지다.

왼손 타석은 오른손 타석에 비해 1루와의 거리가 한걸음 반쯤 더 가깝기 때문에 내야안타의 가능성도 더 높아지며, 1루 주자를 향한 포수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작전 수행에도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원래 왼손잡이였던 선수라면 굳이 오른손 타석에까지 서기 위해 노력할 요인이 비교적 적다.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스위치히터로는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미키 맨틀이 꼽힌다.

미키 맨틀은 통산 타율이 0.298일 만큼의 정교함과 통산 536개의 홈런을 기록했을 만큼의 파워,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만 18개의 홈런을 날렸을 만큼의 결정력을 두루 갖춘 최고의 타자였는데, 좌우타석에서 모두 170m 안팎에 달하는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을 여러 차례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장원진(두산)과 박종호(LG, 현대, 삼성)가 좌우 양쪽에서 모두 정교한 타격과 파워를 선보인, 가장 완성도 높은 스위치히터였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인 펠릭스 호세(롯데)가 언제라도 좌우 양쪽 타석에서 번갈아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스위치히터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위치히터 보다는 '우투좌타'를 만나기가 조금 더 쉽다.

'우투좌타'란 말 그대로 '타격은 왼손으로만, 수비는 오른손으로만' 하는 것으로서, 상황 대처능력보다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2008년 타격왕에 오른 바 있는 한국의 김현수, 그리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꼽히는 조 마우어 등이 대표적인 '우투좌타'들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스위치히터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스위치피처'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뉴욕 양키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고 있있는 팻 벤디트가 주인공이다.

팻 벤디트는 2008년 싱글A 경기에서 랄프 헨리케스라는 스위치타자와 맞상대하며 서로 무수히 글러브를 낀 손과 타석을 바꾸며 신경전을 벌이며 화제를 모았다.

투수가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오른손으로 던질 준비를 하면 타자는 왼손 타석으로 옮겼고, 그러면 반대로 투수가 글러브를 바꾸어 끼고, 또 그러면 타자가 오른손 타석으로 옮겨 서는 식이었다.

어쨌든 그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스위치피처와 스위치히터가 만났을 경우, 투수가 먼저 어느 손으로 던질 것인지 정해서 표시해야 하고, 투수와 타자 모두 그 타석에 한해서는 손을 바꾸어 쓸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이 정해지기도 했다.

/김은식 야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