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 7·8월 평균기온 오름세
늦은 장마 끝나고 온열질환자 증가
밥상물가·교통·숙박비용도 덩달아
'판에 박힌' 쉼터·재난 도우미 운영
지자체 취약층에만 몰린 '반쪽짜리'
도시계획·건축 협업 패러다임 변화
차열성 도로 포장·쿨루프 등 필요성
폭염은 '취약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폭염으로 인해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다.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폭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책은 무더위 쉼터 등과 같은 단발성 정책에 한정돼 있다. 중·장기 과제를 세워 다방면에서 체계적인 폭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9일 기상청 기후 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인천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2013년(11.9℃)이후 매년 높아져 지난 해 13.3℃를 기록했다. 수원은 2011년(11.8℃) 이후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 해 13.6℃였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2016년 연평균 기온이 13.6℃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여름 날씨도 마찬가지다. 매년 조금씩 더워지고 있다.
인천, 경기 남·북부의 최근 3년간 7월 평균 기온이 상승세였다. 인천은 24.5℃(2015년), 25.2℃(2016년), 25.8℃(2017년)로 2년 간 1.3℃ 올랐다. 같은 기간 수원은 25.2℃에서 26.5℃로, 파주는 24.1℃에서 25.3℃로 1.2~1.3℃ 상승했다. 7월 한 달 간 경인 지역에서 기온 관측 이래 5순위 이내를 기록한 지역도 여러 곳이었다.
백령도는 7월 21일 최고 기온 31.8℃로 지난 2000년 11월 관측 개시 이래 3번째로 높았다. 수원은 같은 달 25일 최고 기온이 35.8℃까지 올라 1964년 관측 이후 5번째 높은 기록을 냈고, 동두천은 7월 6일 최고 기온 34.5℃로 1998년 관측 이래 5위였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인천·경기 지역의 8월 기온 역시 2014년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온열 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5월 29일 이후 7월 말까지 온열 질환 발생 인원은 902명. 최근 5년간(2012~2016년) 온열 질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해의 같은 기간 816명보다 86명(11%) 늘었다.
올해 불볕더위가 8월 들어 본격화되면서 온열 질환자 수가 증가가 눈에 띈다. 늦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 더위가 시작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탓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온열 질환자 5천910명 중 2천335명이 8월 1~2째주에 발생했다. 온열 질환자 10명 중 4명꼴이다.
올해 8월 경인지역 온열 질환 발생 건수도 늘었다. 지난 1~7일 기준 인천에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의 질환으로 응급실에 내원해 신고된 온열 질환자 수는 22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11명)보다 2배 늘었다. 경기 지역의 경우도 올해 8월 1~7일에 온열 질환자 78명이 발생해 전년도(70명)보다 증가했다. ┃표 참조
# 폭염의 사회·경제적 비용
폭염은 온열 질환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폭염은 집중 호우와 함께 '밥상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전년도 동월 대비 달걀(64.5%), 오징어(50.8%), 호박(40.5%), 감자(41.7%) 가격이 올랐다.
지난 6월과 비교하면 상추(87.4%), 시금치(74.0%), 배추(63.8%), 오이(63.1%)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폭염·장마로 인해 농축산물의 가격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이 심한 해의 여름철 물가가 그렇지 않은 해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해 낸 '폭염과 추석 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5년 중 폭염 일수 상위 5개년도인 1990년, 1994년, 1996년, 2004년, 2013년의 7~8월 평균 물가 상승률은 5.6%로 나머지 연도의 평균(3.5%)보다 2.1%p 높았고, 분야별로 보면 식료품, 교통·숙박 부문의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폭염 사망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3명이 2016년 발표한 논문 '기후 변화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 위험 감소에 대한 통계적 인간 생명 가치 측정'에 따르면 폭염으로 1명이 숨졌을 때 경제적 손실 규모는 3억6천976만원이다.
연구진은 서울시의 30세 이상, 75세 미만 성인 801명을 대상으로 '초과 사망 위험 감소에 지불 의사 금액'을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통계적 인간 생명 가치'를 산정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현재의 기후변화 취약계층에 초점이 맞춰진 폭염 적응정책 이외에도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인지하고 이행할 수 있는 적응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더위 쉼터를 확대하고, 재난 도우미를 운영하고, 폭염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도심 열섬 완화를 위해 도로물살수차를 가동하겠다." 인천시가 지난 5월 발표한 '폭염 대책 사업'이다. 경기도 역시 무더위 심터, 재난 도우미 운영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수립했고 다른 지자체의 폭염 대비책도 이와 유사하다.
고령자, 건설 현장 근로자 등이 '폭염 취약 계층'으로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대책이 폭염 취약 계층에게만 집중돼 있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도시계획, 건축, 환경 등 각 분야 담당 부서의 '협업'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중장기 폭염 대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열섬 현상이 심한 지역은 아스팔트 도로 대신 도로 온도를 낮출 수 있는 '차열성 포장'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 계층이 많은 지역에서 '쿨 루프'(Cool Roof·차열 페인트 도색)를 지원하는 것도 폭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보건소 중심의 폭염 대책이 아니라 도시계획, 교통, 건축 등 사회 기반 시설 분야와 연계하는 계획을 수립해 각 부서가 협력해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공 기관이 민간 부문과 협력해 폭염 적응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지자체가 생각해 볼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