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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 영향
남경필 지사, 33개 노선 우선 도입
민간업체 운영·지자체 수익금 배분
운전기사 근무시간·급여 개선 기대

노동자 "전체 2.8% 수준 효과 미미"
적자폭 고의 확대등 부작용 우려도
업계 "장시간 근무 예방 제도 중요"
최대 8~10시간 제한 법개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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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오산교통 소속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와 승용차 등 차량 8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사망자 포함,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기사의 근무일지를 확인해 본 결과 전날 무려 1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당시 사고의 배경으로 밝혀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안전과 직결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연스레 버스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버스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해 왔다. 지난해 7월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추돌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지난 5월 영동고속도로에서도 무려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대형사고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고 원인이 졸음운전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버스준공영제 카드를 꺼내들었고, 올해 말 일부 지자체의 일부 노선에 한해 우선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도내 지자체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버스준공영제란

버스준공영제는 버스공영제에 준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버스공영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민간 업체 대신 지자체나 국가가 모든 버스를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철도나 지하철 등이 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단점 때문에, 절충안으로 등장한 개념이 버스준공영제다.

이는 기존 민간 업체들이 운영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송 수익금을 지자체가 관리·배분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은 운행 편수 등 사전에 합의된 실적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되며, 적자가 발생할 경우 지자체가 이를 보존해줘 적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버스 노선 설정과 근로자 관리 등 기존 업체 측이 갖고 있던 전반적인 운영 권한은 지자체가 행사하게 된다.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운전기사들의 근로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앞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1일 2교대를 통한 주5일 근무에 하루 근무도 8~9시간 수준이며, 운전기사들에게 공무원 수준의 복지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격일 근무에 하루 평균 17시간을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경기도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급여도 한 달 기준 1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버스준공영제 전면실시 촉구 경기지역 버스노동자 결의대회2
경기도내 버스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9일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버스준공영제 전면 시행을 촉구했다. /경인일보 DB

#준공영제 시동 건 경기도

지난달 9일 버스사고가 발생한 직후 남경필 경기지사는 버스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코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고 이틀 뒤인 지난달 11일에는 수원 권선구에 위치한 경진여객 차고지 현장을 방문해 광역버스 운전기사와 간담회를 갖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운전기사는 "10시간 이상씩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그냥 멍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된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장시간 운전에 따른 육체적 피로를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남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기도는 준공영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실하다. 올 연말까지는 반드시 준공영제를 실시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뒤 31개 시·군 단체장들이 참여한 상생협력토론회에서 올해 말부터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물론 김포와 안산 등 12개 일부 지자체에 한해서만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동안 구호로만 그쳤던 준공영제를 실제 제도권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후 용인과 광명 등의 지자체에서도 속속 준공영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남지사
올해 말 경기도내 버스준공영제 시범 실시 계획을 밝힌 남경필 경기지사. /경기도 제공

#기대 반 우려 반…아직은 의문

버스준공영제가 버스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의 시선도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 9일 도내 버스 업계 노동자 400여 명은 경기도청 앞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버스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을 촉구하는 한편, 부분 시행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말 우선 실시 범위에 적용되는 버스는 도내 전체의 2.8% 수준인 33개 노선 342대에 그쳐 현 상태로는 제도 도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집회에 참가한 한 버스노동자는 "준공영제가 시범 실시된다 해도 일부에 한정되기 때문에, 격일제 근무와 장시간 운전이라는 기존 문제점은 계속 갖고 가는 셈"이라며 "생색내기만 하지 말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31개 시군이 나서달라"고 성토했다.

현 상태로 일부 노선에 한해 준공영제가 도입될 경우 준공영제 혜택을 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 격차가 발생해 각종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는 지자체 쪽으로 노동자 쏠림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 노동자들은 준공영제의 전면 시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연간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이 가장 큰 난제다.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지자체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다.

앞서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자체의 사례에서 발견된 각종 부작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자체가 적자분을 보전해주는 점을 악용해 업체가 적자 폭을 늘려 보조금을 더 받는 행위나 권한이 커진 지자체와 업체 간 유착 등 앞서 불거진 각종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을 만드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법 개정으로 새 국면 맞을까

졸음운전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기사가 졸리지 않도록 근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훌륭한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하기에 앞서, 장시간 근로가 불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주 40시간 근무가 정해져 있지만, 운수업의 경우 특례업종으로 적용돼 주 52시간 넘는 초과 근무가 가능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버스대형사고는 또다시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

이에 버스준공영제 실시와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선버스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 개정안 상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이로 인해 버스운전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하루 최대 운전시간을 8~10시간으로 제재해 장시간 운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하는 이유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