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중 환자들의 사연 귀 기울여 '공감'
어르신 이야기 담은 '원미동 연가' 출간
전국 빈민촌·해외 오지 10여년 의료봉사
국민대통합위 '생활속 작은 영웅' 선정도
부천시 원미동 주민들의 '사랑 주치의'로 유명한 '김서영 의원'의 김서영 원장(54). 오전 진료가 밀리면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식사할 틈이 잠시 났다.
순댓국을 사이에 두고 기자와 마주앉은 김 원장은 환자들의 속사정을 담은 자잘한 사연들로 말문을 열었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의 내면에 맺혀 있는 아픈 사연들을 들어주고, 때론 두 팔로 안은 채 같이 울어주거나 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육체의 통증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다.
김 원장은 '○○○ 환자' 대신 마치 가족처럼, 가까운 이웃처럼 '○○ 엄마', '○○아빠'라 부른다. 대부분 자식을 키우며 평생 일만 하다 몸이 상했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된 고통을 호소하는 시장 상인들, 어르신들이다.
좀처럼 찾지 않는 병원을 1천원, 2천원 주머니 깊숙한 곳에 숨겨뒀던 꼬깃꼬깃한 돈을 들고 힘겹게 찾아온 이들이기에 김 원장에게 각별한 사람들이다.
그는 "원미동 어르신들이 세월을 따라 하늘나라로 떠나거나, 재개발로 다른 곳으로 쫓겨나 안 보일 때마다 서운함이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원미동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책 '원미동 연가'를 출간,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
'원미동 연가'는 의원을 개업한 지난 2009년부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주민들과 나눴던 희망과 좌절, 환희와 고통 등 가슴에 담아왔던 사연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글을 묶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로부터 '생활 속 작은 영웅' 24명 중 1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내곡동 등 전국의 빈민촌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하다, 도미해 의사가 된 그는 해외에서 10여 년간 볼리비아, 파라과이, 필리핀, 티베트, 중국 등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작은 만남의 기회로 잠시 머물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더 필요한 곳에 가서 어려운 이웃을 섬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남들은 꺼리는 미얀마 국경지대 난민촌이나 오지마을 등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통해 '흔들리는 작은 생명을 보듬어 희망을 불어넣어 주겠다'는 꿈을 조만간 실천에 옮기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 원장은 끝으로 "나 자신에게 약속하고 채찍질했던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 길이기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천/이재규기자 jaytw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