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 심판 나수경3
판에 박힌 일상은 '엘로카드'-23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축구 심판 나수경(여)씨가 인터뷰를 통해 지난 13년간의 심판 활동을 뒤돌아봤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장안구 축구단 입단하면서 '인연'
주부로 남기 싫어 시험응시 결심
초등대회, 하루 4경기 28㎞ 달려
부상도 있지만 날씬한 몸매 유지
은퇴후, 후배들 위해 봉사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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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축구 심판 나수경씨(여)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내 이름을 찾았다"며 지난 13년간의 심판 활동에 대해 말했다.

나씨가 축구 심판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지난 2004년 장안구여성축구단에 입단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축구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 심판자격증 시험을 준비했지만 이내 심판 활동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는 "심판 시험을 준비하면서 참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정 주부로서 아이의 엄마로 남는 게 싫었다. 나를 찾기 위해 심판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축구 심판은 현재는 엘리트는 1종, 생활체육은 2종으로 구분한 후 또 4등급으로 나눠서 운영되고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됐기 때문에 2018년부터는 1종과 2종을 통합하고 대신 등급을 1~5급으로 나눈다.

나씨는 현재 1종 1급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다. 1종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심판은 일반부 경기의 주·부심과 국제경기에서 심판으로 뛸 수 있다.

심판 자격증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지는데 실기인 체력테스트에서 많이 낙방한다.

시험에서 합격했다고 해도 매년 1회씩 테스트를 통과해야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하며 준비해야 한다.

심판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뛰어들었지만 여자로서 심판 활동은 녹록지 않았다.

초등학교 대회의 경우 한 경기에 6~7㎞ 정도를 뛰는데 기본적으로 하루에 4경기 심판을 보기 때문에 28㎞ 가까이 뛰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부상 위험에 항상 노출돼있다.

나씨는 "부심들의 경우 옆으로 뛰는 경우가 많아 무릎이나 아킬레스건에 부상이 오는 경우가 많고 주심은 무릎은 물론이고 족저근막염을 달고 산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씨는 "심판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했기에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보다 정신력이 강해야 한다. 1~2초안에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판단력도 뛰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씨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13년간의 심판 생활에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1급 심판까지 가기 위해서는 올인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축구쪽에서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후배들을 위해서 봉사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