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0명 '후리소매' 역발상 실천
'고희' 불구 회사 경영·자기계발 열심
일가족 아너소사이어티·레저타운 꿈꿔
"당신의 지도는 아직도 백지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 해도 길이 어딘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하면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있다." 일본의 소설가 히가시로 게이고의 말이다.
이 말을 나침반 삼아 고희의 나이에도 계속해서 인생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한주식(71) (주)지산그룹 회장은 업계에선 '돈키호테'로 통한다. 그의 회사 경영을 위한 생각과 철학이 보통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한 회장은 9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업 사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직원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일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나가 운동을 하라고 다그친다. 직원들이 건강하면 업무능력도 향상되고 결국은 회사가 성장한다는 생각이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도 정해놓은 것이 없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도록 권장한다.
특히 한 회장의 경영철학이 남들과 다른 부분은 '박리다매'가 아닌 '후리소매'라는 것. 모두 가격으로 경쟁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할 때 과감하게 역발상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비싸도 그만큼 효과가 나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온다"고 강조한다.
한 회장이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것은 비단 '회사 경영'뿐 아니다. '자기 경영'에서도 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그는 고희의 나이에도 하루 10시간 넘게 책을 본다. 소설에서 전문서적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는 것은 오랜 습관이다. 오랜 시간 독서와 사업현장에서 쌓아온 실무 경험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에 자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토지 이용에 관한 법률지식은 대형 로펌에서 조차 수시로 자문을 의뢰해온다.
한 회장은 마지막으로 꿈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경기도 최초로 가족 4명 모두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것처럼 이웃을 위한 꿈이다.
그는 66만여㎡규모 부지에 대형 정원과 골프장 등 각종 운동시설을 갖춘 종합레저타운을 만들어 주민들이 언제든 무료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다른 꿈은 경영에서 물러날 때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백지에 그가 그린 지도의 완성된 모습이다.
용인/박승용기자 p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