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교 붕괴에 행정당국은 "책임 없다" 발뺌
미시공·날림공사·땜질보수 입주민들 분노
건설사에 乙 '내식구 봐주기식' 감리 만연
최저입찰·완성후인계 원인 규명조차 안돼
넘쳐나는 외국인노동자 숙련도 낮아 '불안'
영업정지 제재·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필요

문제는 해결을 위한 첫 단추인 부실의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 그 결과 국민의 권익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당국은 해결책 마련은 시장에 맡긴 채 책임자 가리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학계·업계 등에서 보는 부실시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효력 잃은 감리시스템·부적절한 공공사업 계약방식·불안정한 건설인력 등을 꼽고 있다.

# 효력 잃은 감리시스템, 무책임에 당당한 행정당국
지난 2월부터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등 경기도 내 사용승인을 앞둔 공동주택들의 입주예정자들이 '미시공·날림시공·부실시공', '날림공사·땜질보수'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의 목소리는 "시가 해당 공동주택에 대한 사용을 승인하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집중됐다.
사용승인은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허가권을 가진 시가 공식화하는 것인데, 사용승인을 앞둔 공동주택 현장이 입주일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공사판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당국은 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은 감리사에 있다며 입주예정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8일 평택시의회를 상대로 '팽택국제대교 붕괴 사고'의 경위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시는 같은 태도를 보였다. 발표자로 나선 공무원은 "공사 관리 감독 책임은 감리사에 있기 때문에 시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한 시의원은 "진작 말하지 그랬냐"며 '무책임'에 안도했다.
그 결과 사고 현장은 안전통제도 되지 않은 채 사실상 개방된 채 방치됐다. 책임이 없다는 행정당국은 '재발방지 및 기간 내 공사 완료'만 외쳤고 시공사 및 하도급업체, 보험회사 등은 붕괴 사고의 책임을 덜기 위한 '작전'만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론 행정당국에 있다는 것이 학계·업계 등의 중론이다. 법령상 건축 심의 등의 책임과 사용승인 허가권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무책임을 내세웠고 이에 국민의 기본권이 내동댕이쳐지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감리사가 규모가 큰 시공사의 방향성에 휘둘리게 되고 나아가 '동종업계 식구'라며 '봐주기 식' 감리문화가 자리 잡았음에도 이를 간과했다.
대신 시는 감리사 측이 "공사를 마쳤다"며 제출한 감리완료보고서와 "입주일까지는 공사를 완료하겠다"는 시공사의 말만 믿고 사용을 승인했고 그 결과 입주예정자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집에서 장마철을 보내야 했다.
이에 경기도까지 나서서 정상화를 위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하고 있을 뿐 입주예정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남경필 도지사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는 화성시와 함께 부영의 영업정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페널티를 가하고 향후 유사피해가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완성해서 달라. 기왕이면 가장 싸게" 잘못꿴 첫 단추
건설 관련 계약의 대부분은 다음의 조건을 가진다. 첫째, 설계단계에서 계약한다. 둘째, 가장 최저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선정한다. 셋째, 완성된 상태에서 계약자에게 넘겨준다.
대표적으로 '턴키(일괄수주)'라고 불리는 이 계약방식은 열쇠(key)를 돌리면(turn) 모든 설비가 정상 가동되게 인도하는, 즉 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만 넘겨 주는 방식을 말한다.
공공기관에서 도로, 정수장 등 대형 공익 공사를 진행할 때 주로 사용하며 예산 책정이 쉽다는 점과 공정 단계별 공직자의 부정부패 발생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개별 소비자가 청약하는 신규 공동주택의 경우도 유사하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러한 계약 방식의 부적절함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주로 공공사업의 책임을 시장에 떠넘긴다는 논리다.
'평택국제대교' 건설과 같이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완성돼 인도받기 전까지 단계별 공정은 베일에 싸여 있어 부실시공이 발생하거나 추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 규명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 입찰제 여파로 철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자재를 올바르게 사용하는지도 영원히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시공사·감리사 등은 언제든 신고만으로 수명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턴키 등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가 심의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직접시공의무제 실효성 제고, 페이퍼컴퍼니 퇴출 촉진, 턴키 등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제도 개선,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개선 등 건설시장 질서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방안을 도입하고 꼭 필요한 공사에만 턴키·대안입찰방식이 사용될 수 있도록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를 강화했지만, 처벌도 약해 부실시공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된 공사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구속돼도 상당수는 병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며 "로비, 자재 바꿔치기 등 잘못된 관행이 뿌리내려 오히려 공정경쟁을 하는 건설업체들이 손해를 보는 만큼 현행 턴키 제도의 실질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몰라, 몰라." 의사소통 안 되고 연속성 없는 건설인력
부실시공이 발생한 현장의 책임자, 현장소장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노동자와의 의사소통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건설 인력 시장에서 내국인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노동자와 일을 하는데, 국내 취업비자의 특성상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한국형 숙련공'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외국인 인력 중 그나마 의사소통이 되는 노동자를 조장으로 하고 4~5명을 조원으로 한 뒤 조별 임무를 주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최전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지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조 내부에 갈등이 생겼을 때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어 알지 못해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하던 노동자가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대체할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공사진행은 더디게 된다.
현재 고용허가제 쿼터(E-9 비자)와 취업등록제 쿼터(H-2비자)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단순 업무로 취업이 제한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연간 5만7천350명 규모다. 하지만 실제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공식 쿼터의 2배 수준인 1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인 불법 취업자들이 내국인 기능인력을 대체하면서 건설현장에서는 부실시공이나 공기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국인에 비해 숙련도는 낮고 업무 할당량이 많아 문제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직업으로써 장점이 적기 때문이다. 일용직 특성상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임금 조건도 열악하다는 것이다.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2015) 보고서에 따르면 일용직 건설 근로자의 월 평균 근로일수는 15일로, 전 산업 평균(20.4일)보다 낮다.
월평균 임금도 181만3천원으로 전 산업 평균인 319만원보다 140만원 가량 적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건설인력도 자동차 공장의 생산직처럼 고용 안전성과 적정 임금을 통해 직업 전망을 높여줘야 청년들의 발길을 건설현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