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부상으로 선수생활 접고 입문
"투수들 마운드서 활약할때 보람"
이, 대학시절 지인 추천으로 인연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도록 도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kt 불펜포수 정주영씨는 "선수는 아니지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에는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경기장 관리자 등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씨와 같이 불펜포수나 배팅볼투수는 사람들의 관심은 받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kt에는 투수들의 훈련과 구위 유지를 위해 볼을 받아 주는 불펜포수가 2명, 야수들의 타격 훈련을 도와주는 배팅볼투수 1명 있다.
두 직업 모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투수의 볼을 받아 주거나 타자들이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볼을 던져 주는 일을 한다. 여기에다 불펜포수와 배팅볼투수는 각각 투수와 타자들의 훈련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선수들이 수비 훈련을 할때 상대 역할을 해주는 일을 한다.
불펜포수와 배팅볼투수는 화려한 직업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10년째 불펜포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주영씨는 사실 배제고와 경희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하지만 경희대 재학시절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중단하게 됐고 지인들의 추천으로 프로야구단 불펜포수를 시작하게 됐다.
kt의 유일한 배팅볼투수 이창석씨도 대학교 재학시절 지인들의 추천으로 배팅볼 투수를 시작했다.
정씨는 "불펜포수를 시작하고 2년 정도는 선수생활이 그립기도 했다.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들이 좋은 볼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이 직업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배팅볼투수 이창석씨도 "처음 배팅볼투수 일을 할때는 비슷한 또래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며 "그라운드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야하는지 옆에서 보면서 부러움보다는 더 잘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펜포수와 배팅볼투수도 그라운드 안에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선수들과 같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기를 지켜본다.
정씨는 "가장 좋은 순간은 제가 볼을 받아줬던 투수가 마운드에서 자기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것을 볼때다"며 "하지만 난타를 당하거나 구위가 잘 올라오지 않는 모습을 보면 내가 볼을 잘 받아주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국에서는 불펜포수와 배팅볼투수라는 직업이 전문직으로 자리잡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전문직으로 인정받는다"며 "힘든 직업이지만 선수들과 함께 땀흘릴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전했다.
이창석씨는 "어린 선수들이 힘들게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말을 해 주고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주영이 형의 말처럼 선수는 아니지만 야구장에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